"저처럼 오랜 시간 음악 활동을 해온 아티스트에게 바이올린 연주,교향악단 지휘,학생들 가르치는 일 등을 한꺼번에 하는 것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해줘요. 지겨울 틈을 주지 않는 거죠.서로 연결돼 있어 각 분야에서 상승효과를 가져오기도 해요. 학생들에게 기회가 되면 지휘도 하고 가르치는 일도 하라고 말합니다. "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26일)을 위해 25일 방한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만(65 · 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야사 하이페츠,아이작 스턴 등의 계보를 잇는 최고의 연주자인 그는 네 살 때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를 완전히 쓸 수 없게 됐지만 타고난 재능과 노력으로 최정상의 반열에 오른 아티스트다.

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뉴욕 필하모닉,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등의 지휘봉을 잡았고 2001~2005년 디트로이트 심포니 수석 객원 지휘자를 지냈다.

현재 줄리아드음대에서 후진 양성에도 힘 쓰고 있는 그는 음악 영재를 발굴 · 육성하는 '펄만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어 차세대 연주자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은 19년 만입니다. 그때보단 음악에 대한 통찰력이 늘었다고 생각하는데 19년 전 제 연주회에 오신 분이 있다면 그때와 지금 저의 음악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라는 숙제를 내드리고 싶습니다. 확실한 것은 그때도 연주를 잘했지만 지금은 더 잘한다는 거죠.한국 음식이 마음에 들면 앙코르 연주도 많이 할 수 있을 겁니다. "

연주 프로그램은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F장조',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슈만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3개의 환상 소품' 등이다.

그는 "모차르트 작품은 '바이올린 소나타'라고 불리지만 피아노의 비중도 높아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로 불리는 것이 맞다"며 "협연자인 피아니스트 로한 드 실바와의 환상적인 호흡을 기대해달라"고 자신했다.

또 베토벤의 '크로이처'는 드라마틱한 리듬감이 특징이고 슈만의 곡은 보통 비올라 · 클라리넷 등으로 연주되지만 바이올린으로 해보고 싶어 골랐다고 말했다.

그는 "연주자는 몸으로 자신의 음악과 무대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며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악기는 단지 수단일 뿐"이라며 "훌륭한 연주자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자신의 연주를 녹음해서 경청해 볼 것을 권한다"고 강조했다. (02)580-1300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