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과 왕치산(王岐山) 중국 부총리가 24일 산둥성 칭다오공항에서 전격 회동한 사실에 국제 금융계의 관심이 쏠리지만 회동 내용에 대해 양측은 계속 함구하고 있다. 이날 회동은 예정에는 없었으나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경주회의에서 즉석 합의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공항에서 어떤 내밀한 얘기를 나눴을까. 미 재무부는 양국 경제 관계와 다음 달 11,12일 열리는 G20 서울 정상회의 준비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발표했다. 요담 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없다. 주목되는 것은 두 사람이 지난 4월9일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도 75분간 회동한 뒤 위안화 환율 문제를 일보 진척시켰다는 점이다. 당시는 미 재무부가 환율정책 상반기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기 1주일 전이었다. 결국 보고서 발표가 연기되고 중국 정부는 6월19일 위안화 환율 탄력성을 높이겠다고 발표해 화답했다.

이번엔 전후가 약간 바뀌었다. 미 재무부는 지난 15일 제출해야 할 환율정책 하반기 보고서를 또 연기했다. 양국은 이어 경주회의를 통해 다른 국가들과 함께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한 보다 시장결정적인 환율시스템으로 나아가고,경쟁적인 통화가치 절하를 자제하자는 데 합의했다.

이런 정황으로 본다면 가이트너 장관과 왕 부총리가 2차 공항 밀담을 나눈 것은 다시 일보 전진을 위한 행보로 추측된다. 미국은 중국에 위안화 절상 속도를 높이고 절상폭을 확대하라고 계속 요구해왔다. 경상수지 목표제는 흑자국들이 2015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흑자 비중을 4% 아래로 하자는 안이다.

중국은 현재로선 경상수지 목표제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찬성할 경우 위안화 절상 등을 포함한 정책을 동원해 흑자를 줄여야 한다.

이 때문에 가이트너 장관은 왕 부총리와 만나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설득했을 가능성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주회의 직후 세부 가이드라인이 서울 정상회의 이전에 확정되길 바란다는 미 정부 관계자들의 희망을 인용하기도 했다.

투자회사인 ISI그룹의 도널드 스트라자임 전무는 "가이트너 장관이 (경주 합의로) 의회에 대해 시간을 벌게 됐다"면서 "상원은 잃을 것이 많은 환율제재 법안을 추진하기보다 (중간선거 이후 내년 초 구성될) 차기 상원으로 넘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