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의 금융사고 여파로 상장회사의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는 등 피해가 일반 투자자들에게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남은행과 관련 금융회사들이 책임을 떠넘기면서 채권보전 등 후속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상장폐지 위기 몰린 기업

코스닥 상장기업인 에스씨디의 최대주주는 모닝스타얼라이언스다. 모닝스타는 지난 4월 500억원을 주고 에스씨디의 지분 28%(760만주)를 인수했다. 인수자금은 특수목적회사인 엠에이알에셋 등을 통해 경남은행의 장모 전 부장이 발급한 가짜 지급보증서(채권양수도계약)를 바탕으로 농협과 한국 진흥 경기 영남 등 4개 저축은행으로부터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들은 주식 760만주를 담보로 잡았다.

에스씨디는 모닝스타가 인수한 후인 6월 전 사주의 배임 및 횡령혐의로 코스닥시장본부로부터 상장폐지 대상으로 결정됐다. 모닝스타의 불투명한 자금조달도 한 원인이 됐다. 그러다가 11월8일까지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조건으로 상장폐지를 유예받았다. 모닝스타는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지분을 팔기로 하고 삼일회계법인을 주관사로 12일 입찰을 실시했지만 유찰됐다. 이후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대표로 있는 '스카이레이크'라는 사모펀드가 구주 일부 인수와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하지만 경남은행과 저축은행들은 미온적이다. 경남은행은 "지급보증서는 장 전 부장이 개인적으로 발급한 데다 에스씨디 주식을 저축은행이 담보로 잡고 있는 만큼 은행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들은 "아직 공식 인수제안을 받지 못했다"며 "매각금액이 285억원에 미달하는지,미달하더라도 나머지 금액에 대해 경남은행으로부터 대위변제 받을 수 있을지 등을 따져서 경영적 판단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에스씨디 주식을 담보로 잡고 있는 저축은행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이 회사의 매각은 성사되지 않는다.

◆일반 투자자 피해우려

경남은행의 가짜 지급보증서와 관련된 돈이 투입된 공사도 표류하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 장암에 건설된 아일랜드캐슬(워터파크)도 그 중 하나다. 아일랜드캐슬은 작년 말 준공됐으나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가짜 지급보증서가 문제가 되면서 시행사가 추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한 원인이 됐다.

책임준공을 맡은 롯데건설은 공사비를 달라며 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롯데건설이 이기면 공매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엔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이 조성한 공모펀드 600억원도 투자돼 있다.

코스닥 상장회사인 에스에이티의 대주주였던 템퍼스외 1인은 지분 20.85%를 지난 9월15일 전량 매각했다. 템퍼스는 장 전 부장이 발급한 가짜 지급보증서를 활용해 산은캐피탈로부터 에스에이티의 인수자금 일부를 조달했다.

◆공동으로 채권 보전 조치해야

경남은행의 장 전 부장이 발급한 가짜 지급보증서는 4000억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경남은행과 관련 금융회사들은 채권보전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경남은행은 채권보전 조치를 취할 경우 장 전 부장이 사적으로 발급한 지급보증서를 은행이 인정하는 꼴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가짜 지급보증서를 바탕으로 대출해 준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만기가 돼 지급보증서를 경남은행에 제시하면 전액을 회수할 수 있다며 역시 채권보전 조치에 소극적이다.

한 관계자는 "경남은행과 관련 금융회사들이 공동으로 채권보전 조치를 취한 뒤 나중에 책임에 따라 손실을 분담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영춘/정재형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