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주가 상승세가 거침없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주력 3개사가 25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함에 따라 그룹 시가총액은 지난 14일에 이어 다시 100조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현대 · 기아차에 대한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며 주가는 20~30%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사상 최고가 잇단 경신

현대차그룹 주요 3개사는 이날 나란히 신고가를 새로 썼다. 현대차는 2.38%(4000원) 오른 17만2000원에 마감,이틀째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기아차는 5.79%,현대모비스도 5.23% 급등하며 최고가 경신 대열에 합류했다.

외국인이 이들 세 종목에 매수를 집중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CS 맥쿼리 노무라 모건스탠리 BNP파리바 등 외국계 증권사 창구들이 매수 상위를 휩쓸었다.

이로써 8개 계열사(우선주 5개 포함 13개 종목) 시총은 이날 3조3562억원 늘어 103조1674억원으로 사상 최대로 불어났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직전 37조9722억원에 머물던 그룹 시총은 2008년 말 23조1740억원에서 작년 말 67조5629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에만 52.69%(35조6045억원) 급증하며 그룹별 시총 순위에서도 LG를 18조원 차로 제치고 2위로 도약했다.

계열사별 시총은 HMC투자증권을 제외하곤 올 들어 최소 30% 이상씩 불어났다. 기아차가 16조5933억원으로 올해에만 두 배 이상 급증했고 현대모비스(58.77%) 현대차(42.15%) 등도 큰 폭으로 늘었다.

현대차와 기아차 시총을 합치면 글로벌 자동차업체 가운데 6위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부품 글로벌 시총 1위인 일본 덴소를 20억달러 차로 추격하고 있다.

◆준비된 글로벌 '톱 5'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준비된 글로벌 톱5(판매대수 기준)'라는 분석을 내놨다. 강상민 한화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현대차는 품질경영을 통해 2004년 초기품질지수(IQS)에서 글로벌 평균 수준에 도달했지만 시장점유율 확대는 더뎠다"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현대 · 기아차의 경쟁력을 확인시켜준 계기였다"고 말했다.

최대식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경기 침체 속에 소형차 수요가 증가하는 과정에서 수혜를 입었다"며 "그동안 환율 상승과 도요타 리콜사태,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 '빅3' 몰락의 반사이익도 봤다"고 평가했다.

올해 주가 강세는 해외 투자의 성과가 본격화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고태봉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해외 법인들이 초기 감가상각의 부담을 덜고 이익 구조로 접어들었다"며 "2008년 전체 지분법평가익이 6000억원이었던 현대차는 작년 3분기에만 5000억원을 넘었으며 올 2분기는 7800억원에 달했다"며 "해외 공장 건설 등 투자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추가 상승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 팀장은 "현대 · 기아차는 2013년까지 계단식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며 "현대차 50조원,기아차 20조원,현대모비스 30조원 등 3사 시총만 내년 초 10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3사 순이익 합계가 올해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 주가수익비율(PER) 10배를 적용하면 100조원이 된다는 설명이다. 25일 현재 시가총액은 84조8627억원이다.

강 수석연구위원은 "그동안 현대 · 기아차는 실적은 좋은 반면 주가 수준은 낮았는데 외국인이 이 같은 저평가를 해소해주고 있다"며 "28일부터 이어지는 실적 발표 후 목표주가를 20~30%씩 상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 연구위원도 "이익이 정체된 상태에서 주가가 오르면 부담이지만 주가가 이익 증가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며 추가 상승을 전망했다. 그는 다만 "시총 상위사 중 자동차주의 독주는 다소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