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뉴노멀 시대를 맞으면서 우리 기업들에 비즈니스 기회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해외에 나가서 활로를 찾아야 합니다. "

조환익 KOTRA 사장(사진)은 최근 표준협회가 주최한 최고경영자 조찬회에 참석,'세계 경제 전환기 한국의 대응전략'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지금이 우리 기업들에 새로운 해외 진출 기회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이다.

KOTRA는 세계 각국에 99개의 지사를 두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주기적으로 시장조사를 벌이고 있기 때문에 세계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요즘 제가 느끼는 것은 세계가 우리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 경제는 바야흐로 뉴노멀의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거죠.먼저 돈이 20년 전에 비해 5배나 풀렸습니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 현상이 생기고,이런 과정에서 보호주의가 팽창하면 경제가 다시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하지만 저는 기회라고 봅니다.

돈이 많이 풀리면 상당부분이 실물경제로 나오게 마련이고,그 돈으로 소비를 진작한다든지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기술도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하나의 기술로는 생존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내 기술과 상대방의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상품과 시장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런 변화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한국은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해외에 나가보면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한동안 중국의 싼 가격에 쫓기고 일본의 고품질에 눌려 샌드위치가 됐습니다. 그런데 요즘 세계 소비자들은 중국 제품을 사봐야 금방 애프터서비스 받아야 하고,다시 사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반면에 일본 제품 같이 필요 이상으로 비싸고 성능 좋은 상품은 필요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가격은 좀 싸면서도 일본 제품 못지않은 걸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 제품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외국 바이어들은 한국의 생산방식과 가격협상 등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빠르고,집중력이 뛰어나고,유연하다고 칭찬합니다.

KOTRA에는 매일같이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이 찾아옵니다. 자동차,항공,조선,전자,의학 등 각 분야의 기업인들이 한국의 알찬 기업을 소개해달라고 합니다. 최근에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우리 기업들이 이런 트렌드에 빨리 올라타야 합니다. 이럴 때 우리 중소기업들이 빨리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외환위기 이후 강해진 자동차부품업체처럼 말입니다. 다행히 글로벌 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확대하면서 한국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외국계 대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많아진 거죠.

일본 시장만 해도 그동안 난공불락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도쿄에서 12년 만에 부품산업전을 열었더니 우리 부품을 찾는 기업인들이 많더군요. 한 기업인은 "우리가 한국 부품을 사는 것은 이제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한국과 거래를 원하는 기업인도 부쩍 늘었습니다.

중국시장 공략도 내륙쪽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우리 기업의 80% 정도가 연안지역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데,갈수록 경영환경이 나빠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연안쪽보다 내륙지방에서 외제차가 더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한류(韓流)가 살아있는 곳도 내륙쪽이고,의료관광객이 오는 곳도 내륙쪽입니다.

그동안 가장 어려웠던 분야 중 하나가 미국과 유럽,유엔시장의 정부조달이었습니다. 우리가 정부 차원에서 미국에 정부조달 좀 많이 해달라고 부탁하고 일본에는 무역적자를 해소해달라고 당부하곤 했는데,그렇게도 안 되던 정부조달이 지금은 저절로 뚫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 정부조달 15건 중에서 12건을 따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유엔 사무차장과 구매관을 만나는 건 하늘의 별따기였는데 지금은 부르면 옵니다.

과거 유럽개발은행(EBRD) 총재 같은 사람은 만나보기도 힘들었는데 요즘 돈 좀 써달라고 찾아옵니다. 세계가 그만큼 우리의 프로젝트 능력을 인정해준다는 거죠.과거 유엔의 자동차는 전부 닛산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제차가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유엔이 인정하는 상품'이 돼 버렸죠.그런데 이 차가 얼마 전 기아차로 바뀌었습니다. 영국 히드로공항의 탑승브리지도 90% 이상이 독일제였다가 한국제품으로 바뀌었습니다.

트렌드를 못 쫓아가면 망합니다. 하지만 그저 트렌드를 쫓아가기만 하면 영원히 2,3등밖에 안 됩니다. 국가,기업,개인 모두가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트렌드를 형성할 정도로 성숙해졌습니다. 세계가 한국을 어느 정도 인정해주고 있고,IT강국으로서 새로운 걸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고,한류라는 감성적인 분야가 있습니다. 이런 걸 잘 조합하면 충분히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 수 있습니다. 트렌드 창조자가 되려면 다양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정리=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