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Let's Master Service Marketing‥CI로 고객에게 안심을…서비스도 '표준화' 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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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규 연세대 경영대 교수
① 서비스 시대…제품 마케팅은 잊어라
① 서비스 시대…제품 마케팅은 잊어라
우리는 현재 서비스 사회에서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이용하는 서비스를 생각해보라.교통 통신 교육 의료 금융 음식점 엔터테인먼트 인터넷 등 우리가 평소에 이용하는 상품들이 거의 대부분 서비스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총생산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대이고,선진국은 70%를 웃돈다.
#높아지는 서비스 비중
그런데 서비스와 유형재를 칼로 무 자르듯이 분명한 선을 그어 나눌 수는 없다. 모든 유형재에도 어느 정도의 서비스적인 요소가 포함돼 판매되고 있고,모든 서비스에도 유형재적인 요소가 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비스와 유형재의 구분은 정도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나 가전제품을 생각해 보자.당신은 어떤 자동차를 원하는가? 예전엔 자동차의 성능이나 연비와 같은 물리적이고 기술적인 특성을 중시했지만 이제 기술이 발달해 제품의 성능에는 큰 차이가 없게 됐다. 소비자들은 디자인이나 애프터 세일즈 서비스(A/S) 등 제품 외적인 요소에 눈을 돌리게 됐다.
서비스의 비중이 이렇게 성장한 원인 중의 하나는 기업의 영리를 향한 의지이다. 제조업체는 제조 중심의 사업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을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고,우수한 제품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경쟁우위를 달성할 수 없음을 인식하게 됐다. 이에 따라 제조기업들은 서비스 중심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GE IBM 휴렛팩커드 등 선진 제조업체들이 서비스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거나 기업성장을 실현해야 한다고 인식함에 따라 '탈(脫)제조업,서비스 기업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유형재 마케팅의 한계를 넘어
이렇게 서비스산업은 발전하고 있고,심지어 전통적인 제조업체들도 서비스업으로 업종 전환을 하고 있으며,유형재의 마케팅에도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이론이나 실무적 노력은 주로 유형재에 치중돼 왔다. 그러던 가운데 1977년,린 쇼스택(Lynn Shostack)이 '제품 마케팅으로부터의 탈피(Breaking Free from Product Marketing)'라는 획기적인 논문을 발표하면서 서비스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개척되기 시작했다.
서비스 마케팅 전략을 논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특성,즉 서비스와 유형재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이해해야 한다. 서비스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측면에서 유형재와 기본적으로 다르다. 서비스는 무형성(intangibility)이 높아 소비자가 구매 전에 시용(試用)할 수 없고,생산과 소비가 불가분성(inseparability) 혹은 동시성을 갖고 있어서 접점요원들의 중요성이 크다. 또 품질의 불균질성(inconsistency) 혹은 이질성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서비스의 품질을 예측하기 힘들고,소멸성 혹은 재고불능성(inventory problem)으로 인해 수요의 고저(高低)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만큼 서비스 마케팅이라고 하는 것이 힘들고 지금까지 기업이 경험을 통해 익숙하게 된 유형재 마케팅과는 다른 전략 수립이 필요한 것이다. 이 네 가지 특성이 영어의 'I'로 시작한다고 해서 이를 '4Is'라고 부른다. 이런 서비스의 특성과 이에 대응하는 마케팅 전략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무형성
소비자는 코카콜라의 맛을 보거나 샤넬 향수의 향을 맡아볼 수 있다. 유형제품의 경우엔 소비자가 구매 전에 경쟁제품들을 비교할 수 있으며,구매 후 어떤 유형의 것을 소유하게 된다. 그러나 서비스의 경우 구매 전에 서비스를 테스트할 수 없어서 성능을 평가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생소한 곳으로 여행을 갔다고 하자.그곳에서 제일 서비스도 좋고 음식도 맛있는 레스토랑을 선택한다고 하자.우리가 음식점에 들어가 음식을 먹어보고 서비스를 받아보기 전에 겉모습으로 서비스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구매 전에 위험부담을 많이 느낀다.
이런 위험부담을 어떻게 덜어주는가가 서비스 마케터의 고민거리 중의 하나다. 서비스는 무형성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기억하고 이해할 만한 유형의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전사(全社)홍보라든지 시각적 상징물(CI · Corporate Identity)이 유형재보다 서비스의 경우 특히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생산과 소비의 불가분성
서비스는 흔히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진다. 가령 내과의사는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증상의 원인을 파악한 다음 처방을 내리며(생산),환자는 증상을 설명하고 의사의 치료를 받는다(소비).그러므로 유형제품과 달리 서비스의 경우에는 소비가 발생될 때 서비스 제공자가 그 자리에 존재해야 한다. 즉 서비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교류에 의해 즉석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것이다.
서비스가 제공되는 그 순간을 서비스 인카운터(service encounter) 또는 결정적 순간(MOT · Moment of Truth)이라고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그 장소에서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접점요원(contact personnel)이라고 부른다. 서비스 마케팅에서 중요한 것은 고객의 면전에서 서비스 제공자가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이다.
흔히 '서비스는 물건 장사가 아니라 사람 장사'라는 말을 한다. 서비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제공되고 소비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훌륭한 인적 자원을 모집하고 교육해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킬 것인가가 서비스 마케터의 또 다른 고민거리 중 하나다.
서비스는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서비스를 제공할 마음자세와 성격이 되는 사람들을 선발해 잘 훈련시키고 적극 지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서비스 직원들이 외부에서 고객들에게 친절을 베풀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지원이 잘 이뤄져야 한다.
이런 내부직원에 대한 적극적 훈련과 지원을 내부 마케팅(internal marketing)이라고 한다. 서비스 기업은 외부 마케팅에 성공하기 위해 일단 내부 마케팅부터 잘 진행해야 한다.
(3)품질의 불균질성
특정 브랜드의 치약과 같은 유형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매번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구매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서비스는 주로 사람에 의존하므로 일관되고 표준화된 서비스가 제공되기 어렵다. 의사에 따라 의술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미용사의 머리손질이 방문 때마다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서비스 품질의 불균질성 때문에 소비자가 같은 서비스 제공자나 기업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서비스 품질에 대해 예측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서비스 마케터는 어떻게 하면 그들의 서비스를 표준화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각종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서비스의 표준화를 통해 성공한 기업들이다. 직원들에게 표준화된 서비스 프로세스를 교육시키고 훈련시킴으로써 소비자들이 그 프랜차이즈의 이름만 보고도 표준화된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4)재고불능성
서비스는 예술에 비유하자면 시간예술,행위예술이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흘러간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유명한 발레단이 서울에서 단 한 번의 공연을 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하자.내가 그 시간에 그 장소에 가서 그 공연을 보지 못하면 그 서비스는 영원히 지나가는 것이다. 소비자가 서비스가 제공되는 시점에 이를 소비하지 않으면 그 서비스는 사라져 버린다.
비행기 좌석은 재고로 저장될 수 없으며,채워지지 않은 좌석은 그대로 사라져 버리고 만다. 항공사는 어제의 비행에서 재고로 남은 빈 좌석을 내일의 초과수요를 채우기 위해 재고로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서비스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양은 정해져 있는데 성수기에는 수요가 넘치고 비수기에는 수요가 너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면 서비스 기업이 비용부담 때문에 생존하기 힘들다.
성수기에는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사람들이 돌아감으로써 발생하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비수기에는 남아도는 시설이나 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매몰비용(sunk cost)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서비스 마케터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수요와 공급을 잘 맞춰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가격차등화 전략을 통해 성수기에는 고가전략으로 이윤을 향상시키고,비수기에는 저가전략으로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다. 또는 비수기에 다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요를 개척해나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키 리조트는 눈이 없는 기간 동안 인공잔디 슬라이드를 설치하거나,리프트를 이용해 경관을 볼 수 있게 함으로써 수요를 창출한다.
이문규 연세대 경영대 교수
▷연세대 경영학과 학사,석사
▷미국 일리노이대 석사,박사
▷미국 콜로라도대 조교수,하와이대 초빙교수
▷현 한국서비스마케팅학회 회장
▷저서 '크리에이티브 마케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