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미국의 물가연동국채(TIPS)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로 1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일시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있지만 ‘TIPS’ 실질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5일 블룸버그통신은 미 재무부가 이날 실시한 100억달러 규모의 5년 만기 ‘TIPS’ 경매에서 수익률이 마이너스 0.55%로 낙찰됐다고 보도했다.‘TIPS’는 물가에 연동돼 있어 물가가 오르면 채권의 원금도 따라서 오르고 물가가 내리면 원금도 떨어진다.미 연방정부는 1997년부터 물가연동채권을 발행해왔다.

‘TIPS’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입찰 경쟁이 치열했던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로 인플레이션 기대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명목 금리가 워낙 낮은 상황에서 소비자물가지수로 따진 인플레이션이 빚어질 것이란 인식이 확산되면 ‘TIPS’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질수록 ‘TIPS’ 가격이 올라가는 원리와 같다.

특히 다음 달 3일 FRB가 미 국채 매입을 통한 추가 양적 완화 조치를 발표할 계획이어서 ‘TIPS’ 에 대한 수요가 더욱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이날 입찰 경쟁은 2.84대 1로 직전 10번에 걸치 입찰 경쟁률 2.38대 1을 웃돌았다.외국 중앙은행 등 간접 투자자들의 비중은 39.4%였다.

미 경제회복 전망이 불확실해도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것은 FRB의 양적완화 조치에 대한 시장의 강한 믿음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골드만삭스 얀 하지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RB가 일단 6개월 동안 5000억달러어치의 국채를 매입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제프리스앤코의 크리스티안 쿠퍼 선임 트레이더는 “미 국채 매도세가 나올 때보다 이를 무난히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실제로 FRB가 다음 달 3일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했을 때 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