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그리스가 3년 안에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2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모하메드 엘 에리안 퍼시픽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PIM) 최고경영자(CEO)는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주최 뉴욕컨퍼런스에 참석 “그리스가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충분한 수준의 지출 감축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리스는 과도한 복지예산 지출로 인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3.6%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정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5월 그리스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지출삭감을 전제로 3년 간 총 1100억유로를 지원키로 했다.그리스가 파산할 경우 유럽 전체에 미칠 충격파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엘 에리안은 “지금까지 한 국가가 GDP의 11%가 넘는 재정적자를 기록한 것을 보지 못했다” 며 “그리스는 EU 건전성 기준의 4배가 넘는 엄청난 적자를 해소하려면 ‘경제 성장’을 희생해야 하지만,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특히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구제금융 지원이 끝나도 그리스 빚이 더 늘어날 것” 이라며 “결국 그리스는 이런 현실을 주변국들에 공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는 구제금융 지원 조건인 공공부문 지출 삭감과 인력 구조조정을 위해 올해 재정적자 목표치를 GDP대비 7.8%로,내년 목표치를 GDP대비 7%로 설정한 뒤 긴축 노력을 기울여왔다.하지만 긴축 강도가 재정적자에서 벗어날 만큼 높지 않다는 것이 엘 에리안의 판단이다.

실제 그리스는 긴축과 구조조정 외에 세수를 늘려 적자 폭을 더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경제침체로 인해 고소득 전문직에 부과한 추가 소득세와 임시 부가가치세 등이 잘 걷히지 않아 올 들어 8개월 간 세수 증가율은 3.4%에 그쳤다.당초 목표치는 13.7%였다.

한편 그리스철도(OSE) 노조원들은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에 반발해 이날부터 사흘 일정의 파업에 들어갔다.이로 인해 그리스 전역의 철도 서비스와 아테네 국제공항에서 도심을 연결하는 교외 열차 운행이 일부 중단됐다.인접 국가인 불가리아를 오가는 국제항공편과 화물열차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