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의 하청공장에서 노동자들이 또 다시 독성 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애플 최대 하청공장 가운데 하나인 대만 윈텍의 중국 쑤저우(소주) 공장에서 유독물질 노출 사고가 일어난 데 이어 이 지역 다른 공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호주 ABC뉴스는 25일(현지시간) 중국 남부 쑤저우에 위치한 애플 하청공장에서 5명의 노동자들이 애플 노트북과 아이폰 의 스크린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산되는 화공약품의 증기를 들이마셔 중독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ABC뉴스에 따르면 이 화공약품은 N-헥산으로 애플 제품에 들어가는 은백색 로고를 붙이고 광택을 낼 때 쓰인다.

ABC 뉴스는 해당 병원에 몰래 잡입 취재한 결과 "화공약품의 증기를 들이마신 후 어지럼증을 느끼고 몸에 마비증세가 왔다는 노동자들의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공업용 세척제와 타이어 접착제 등의 소재로 쓰이는 N-헥산은 환풍기 등의 안전시설 및 보호구 없이 신체에 직접 노출될 경우 호흡기를 통해 독성이 침투, 신경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노동자는 "증세가 처음부터 꽤 명확했다"면서 "손이 마비되더니 곧 걷거나 뛸 수 없게 됐다"고 말했고, 또 다른 노동자는 "공장에서도 이 약품이 몸에 해롭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다른 약품을 쓰게 되면 생산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애플은 이와 관련해 확실한 언급을 하지 않고 그들이 하청업체의 작업환경 안전을 철저히 요구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앞서 애플 아이폰에 터치스크린을 공급하는 대만 윈텍의 중국 쑤저우 공장 노동자들도 작업 과정 중 N-헥산에 노출돼 신경마비 증세를 겪었다.

이 회사 노동자들은 지난 해 8월 이후 적어도 62명의 노동자들이 N-헥산에 의한 중독으로 병원신세를 졌고, 올 초에는 이와 관련해 4명이 돌연사했다며 대규모 파업시위까지 벌이기도 했다.

윈텍 측은 증상을 겪은 노동자들에게 병원비를 지급하고 이들을 생산 라인에서 제외한 결과 현재는 상태가 나아졌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