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순천,영광,군산 등 호남권이 국내 최대의 전기자동차(EV:Electric Vehicle) 클러스터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5+2 광역경제권' 발전구상에 맞춰 호남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지원단(단장 남기석)이 출범한 지 불과 2년 만의 변화다.

무엇보다 지원단 출범 이후 국내 전기차 관련기업의 '호남행(行)'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달 현재 호남권에는 전기차 모기업 6개사를 비롯해 모두 40여개 업체가 모여 전기차 양산과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 지원단이 수도권 소재 기업들을 대상으로 구사한 호남권 유치전략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지원단이 지난해 7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직전만 해도 호남권의 전기차 관련 기업은 고작 20~25개 정도였다. 이 정도 숫자로는 당초 목표했던 '글로벌 클러스터'는 고사하고 국내에서조차 '전기차 집적단지'로 발돋움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지원단은 이에 따라 전기차 프로젝트실을 중심으로 전남 · 전북과 광주시 등 호남권 3개 시 · 도와 적극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해 기업유치에 전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 CT&T(영광)를 비롯한 9개사가 호남으로 이전했다. 올 들어서도 AD모터스(영광),이룸지앤지(광주) 등 국내 전기자동차 분야 대표기업들이 속속 호남권에 둥지를 틀면서 국내 최대 전기차 클러스터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남권 전기차 업체들의 신차 개발 성과도 잇달았다. 현대자동차(전주)의 EV버스는 물론 △CT&T와 탑알앤디(광주),AD모터스 등이 공동 개발해 온 근거리용 전기자동차(NEV) △LS엠트론(군산)과 파루(순천)의 농업용 전기자동차(AEV) △에스알씨(순천)의 1인승 3륜 전기자동차 △이룸지앤지의 경량 개조 전기자동차 등이 제품화되고 있다.

이처럼 전기차 산업이 호남권의 산업구조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지원단이 지난 1년여 동안 50여개 기업과 공공기관과 함께 추진해온 협력체계 구축사업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과제별로 분산돼 있는 기술들을 완성차 제조업체들의 양산차량에 곧바로 탑재할 수 있도록 모기업과 지역 내 전기차 핵심부품 생산기업 간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한 것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 모든 연구개발(R&D) 과제는 모기업과 연계한 상용화 제품 개발에 초점을 맞춰 운용되고 있다. 아울러 9개 차종별로 협의체를 구성해 유기적 협조체제를 다지는 방식으로 지원단과 기업 간 연구개발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연구개발 및 상용화,마케팅,인재양성,지식재산권 취득 지원사업 등도 전기차 기업들의 기술개발과 경쟁력 확보에 도움을 주고 있다. 1단계 사업기간(2009년 7월~2012년 4월)동안 국비 약 500억원을 투자해 R&D 과제 19개,비(非) R&D사업 2개를 진행할 예정으로 그동안 두차례 이뤄진 정부의 평가에서 모두 A등급을 받았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관련 기업들도 기술개발과 제품양산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등 시너지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오는 11월25~28일 김대중센터에서 열리는 '국제그린카 전시회'는 참여기업들의 성과를 확인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18개 기업이 참여해 5종의 완성 전기차량과 13종의 핵심부품을 시연,전시할 예정이다.

국제교류 및 공동사업 발굴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19~21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EU지역 전기차 관련 클러스터 공동포럼 및 개발제품 전시회에 참여했다. 이를 계기로 독일 최대의 전기차 집적단지인 BI(Bayern Innovatia) 클러스터와 국제협력 및 공동 사업발굴,사업연계 등에 합의함으로써 호남권 전기차클러스터의 저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내년 3월에는 파리에서 열리는 '제3회 eCartec'행사에 참여해 KOTRA와 연계한 해외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프랑스 전기차 클러스터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단지들과도 손을 잡는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