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노벨상을 받을 때 기자들이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 뭐냐고 물었단다. 과학적 성과를 염두에 둔 질문이었겠으나 아인슈타인은 '복리'라고 대답했다. "복리야말로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덧붙였다는 얘기도 있다. 석유왕 록펠러도 "복리는 세상의 8번째 불가사의"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실제 그런 말들을 했는지 논란이 있지만 복리에 '마법'이 숨어 있는 건 사실이다.

원금 100만원을 연 10%의 이자율로 맡긴다고 치자.단리를 적용하면 첫해에 10만원,둘째해에도 10만원의 이자가 붙어 2년 후엔 120만원이 된다. 반면 복리일 경우 첫해 이자 10만원,둘째해에는 원금에 이자를 더한 110만원에 10%의 이자율을 적용해 모두 121만원으로 불어난다. 1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우습게 여길 게 아니다. 기간을 10년으로 늘리면 단리로는 200만원인 데 비해 복리로는 259만원이 된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복리의 위력은 상상외로 커진다.

전설적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가 든 사례를 보면 더 생생하다. 1626년 미국 인디언이 백인 이주자에게 맨해튼의 땅을 단돈 24달러에 팔았다. 얼핏 보기엔 백인은 땅을 거저 얻은 데 비해 인디언은 헐값에 넘긴 불공정거래인 듯하다. 그러나 인디언이 연 8%의 복리로 예금을 했다고 가정하면 24달러는 1988년 기준 30조달러로 불어난다. 같은 해 맨해튼 땅값 562억달러보다 530여 배나 많은 액수다. 그래서 피터 린치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복리의 힘을 믿어라.'

사채가 무서운 것도 따지고 보면 복리 때문이다. 대출은 통상 단리로 이뤄지지만 사채는 변칙 복리를 적용한다. 이자계산 주기를 1년이 아니라 하루로 정하고 일정기간 원금과 이자를 매일 갚아나가는 '일수'에 함정이 숨어 있다. 갚지 못하는 이자를 원금에 포함시켜 다시 빌려주는 '꺾기'까지 당할 경우 실제 이자율은 연 수백%로 치솟는다.

한동안 찾아보기 어려웠던 은행 복리 예 · 적금이 부활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만기가 짧아 복리 효과를 감안한 연금리가 4% 안팎 수준이지만 가입자들이 몰리는 모양이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한푼이라도 더 불리려 애쓰는 모습들이다. 이런 때일수록 조심할 건 단기간에 대박을 내겠다는 유혹이다. 복리의 마법도 시간이 투자돼야 작동한다는 걸 기억할 일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