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한국공인회계사회,한국회계학회 및 국민권익위원회 공동 주최로 '투명사회 건설과 국가경쟁력'이란 심포지엄이 있었다. 요지는 기업 중심의 민간부문 투명성은 물론 정부 및 정치권이 포함된 공공부문의 투명성이 제고돼야 국가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민간부문은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고,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한 개선이 기대된다. 그러나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포함하는 공공부문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는 지금 딱히 추진하고 있는 일이 없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여당 원내총무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질타한 바 있다. 구체적인 예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부채가 119조원으로 공기업 전체 부채의 3분의 1 수준을 넘는다. 이자가 하루 100억원 이상이지만,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에서 과거 100년 동안 제조업의 생산성은 50배가 증가했으나,이에 비해 서비스산업과 지식산업의 생산성은 제자리 또는 오히려 낮아졌고,이 중 정부 공무원의 생산성이 가장 낮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지만 미국의 전체 산업인구의 20%가 정부 또는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고,영국의 경우는 30%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도 300여개의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등의 지출 규모가 2007년 결산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8%에 달한다.

이제까지 우리는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해 왔지만,이제 서비스업 중에서도 특히 정부를 포함해 공공기관에서 혁신에 가까운 효율성 향상이 없으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 피터 드러커의 말대로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사람들은 생산성에 따라 보상받아야 한다. 그런데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도덕적 해이 등으로 생산성과 관계없이 높은 수준의 보수를 받는다면,전체 사회 구성원 중 누군가는 그만큼 희생해야 하고,이것이 지속되면 사회적 긴장이 조성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생산성 향상은 우리 사회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공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면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민영화이겠지만,공공기관은 물론이고 모든 공기업을 민영화할 수는 없다. 민영화를 할 수 없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생산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현재 기획재정부가 주관해서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에는 사후적 평가보다 '경영의 투명성' 자체를 높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법이나 규정으로 예산 및 관련 중요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수동적인 투명성 제고 방법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의사결정 과정을 의식적으로 투명하게 유지하거나,정책과정의 공개 및 참여를 유도하는 최고경영자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투명성 제고 방안이 더 효과가 있다. 이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이 감사원이다.

사람은 평가받는 대로 움직인다. 만약 감사원이 국제국가회계기준(IPSAS)에 따른 높은 수준의 정보공시를 강조하고,조직과 구성원의 능동적인 투명성 제고 노력에 감사의 초점을 맞춘다면,공공기관 최고경영자의 태도도 바뀔 것이다. 이를 위해 규정이나 법에 따른 엄격한 예산집행 절차를 살피는 경직적인 감사보다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얼마나 높였고,예산집행이 목적에 적합하게 이뤄졌는지,또 그 효과는 어떤지 등에 감사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감사원 감사가 우리 공공기관의 투명성 향상에 직접적이고도 적극적인 공헌을 하게 될 것이다.

주인기 연세대 교수·경영학 / 아시아태평양회계사연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