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탄소배출국 1,2위인 중국과 미국이 에너지 절감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중국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3% 가까이 올렸고 미국은 트럭과 스쿨버스 등 대형 차량에 대해 2018년까지 연료 소비와 배기가스를 20% 이상 줄이도록 하는 규제 기준을 내놨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26일부터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각각 t당 최대 230위안(약 3만8600원)과 220위안(3만6900원)씩 인상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t당 7420위안(125만원),6680위안(112만원) 선으로 올랐다.

중국 정부가 기름값 인상을 단행한 것은 지난 4월에 이은 것으로 올 들어 두 번째다. 국제유가가 오름세인 상황에서 과열 기미가 보이는 경기성장세를 둔화시키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기름값 인상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울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NDRC는 "위안화 절상 효과가 유가 상승분의 영향력을 줄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엔진 배기량이 클수록 세금을 더 높여 연료 소비를 줄이는 법안도 마련 중이다. 차이나데일리는 이날 중국 재정부가 배기량 기준 1600㏄ 미만,1600~2500㏄,2500㏄ 초과 등 3등급으로 자동차세를 차등 부과하는 법을 내년 상반기에 확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환경보호청(EPA)과 도로교통안전관리청(NHTSA)이 연료 소비와 차량 배출가스를 줄이는 새 기준을 마련했다고 비즈니스위크 인터넷판이 25일 보도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트랙터나 트레일러 트럭은 2018년까지 연료 소비와 배기가스를 20%,중형트럭과 밴은 휘발유 엔진 장착 모델이면 10%,경유 모델이면 15% 각각 줄여야 한다. 버스와 쓰레기 수거차도 배기가스를 10%씩 감축해야 한다.

미국은 이를 통해 대형 차량의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미 교통국 통계에 따르면 트럭과 버스 등은 일반 승용차에 비해 엔진 효율이 70% 정도에 그친다. 또 미국 내 자동차 중 4%에 불과한 이들 대형 차량이 쓰는 석유는 전체 자동차 소비분 중 20%를 차지한다. AP통신은 이번 기준 시행으로 트럭 등 대형 차량용 고효율 엔진 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학한림원은 2020년이면 지금보다 효율이 20% 이상 높은 디젤 엔진이 개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부품 업계와 운송 업계는 찬반이 엇갈렸다. 엔진 제조업체 커밍스엔진의 리치 프리먼 최고경영자(CEO)는 "운송 업계가 운영비용을 낮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빌 그레이브스 미 트럭운송협회 회장은 "엔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전제할 수 있을 때나 정부 방침을 수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기훈 기자/베이징=조주현 특파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