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수도권 재개발 · 재건축 사업을 확보하기 위해 '올인'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와 공공관리제 시행으로 물량 수주가 힘들어진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업장 한 곳에 10여개 건설사들이 경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쟁률 10대 1은 예사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기도가 서울시에 이어 공공관리제 도입을 준비하면서 이를 피하려는 수도권 재정비 구역들이 시공사 선정에 속속 나서고 있다.

연말 이전에 입찰공고를 낼 계획이거나 총회 일정을 잡은 사업장은 30여곳으로 나타났다. 대형 건설사 재개발 사업 담당 임원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배 이상 증가한 규모"라고 말했다.

공사 발주 사업장이 늘면서 건설사들의 일감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최근 사업설명회를 가진 인천 도화1구역에는 한화 쌍용을 비롯,12개 건설사들이 명함을 내밀었다. 입찰 마감은 내달 4일이다. 도화1구역은 인천시 남구 도화동 372-18 일대에 2105채 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예상 공사금액은 3000억원 정도다.

이보다 사업 규모가 작은 학익4구역 재개발에도 3개사가 참여했다.

수원에서는 서둔동 113의 3 재개발구역이 내달 13일 조합원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뽑는다. 926채의 아파트 건설 물량을 놓고 중견업체인 이수건설과 한신공영이 최종 결전을 벌인다. 성남에서도 태평동 건우재건축단지가 내달 초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한다. 총 460채의 중형 단지인데도 사업설명회에는 GS건설 대우건설 등 13개 건설사가 참여해 탐색전을 벌였다.

입지여건이 우수해 분양성이 좋은 지역은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부천 심곡3B 재개발구역(2640채)에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 SK건설 등 대형사들이 대거 참여,격전을 앞두고 있다. 최근 설명회에는 17개사가 참여했다.

◆과잉 마케팅 다시 나타날까

업체 간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현장 영업팀들 간 흑색선전과 조합원 과잉 대우 등 이전투구 양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의정부 J재개발구역에서는 최근 조합이 한 대형 건설사의 입찰참가 자격을 막는 바람에 다툼이 벌어져 시공사 선정에 차질을 빚었다. 부천에서도 한 대형 건설사의 설명회 참여를 조합이 막는 과정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이 같은 혼란은 건설업체들이 조합을 상대로 과도한 마케팅에 나서면서 발생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조합원 사이의 내분도 심각해진다. 17개사가 사업설명회에 참여했던 부천 사업장에선 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한 건설사를 선호하는 조합원들이 법원에 총회개최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전문가들은 투명한 시스템을 빨리 갖춰야 조합과 건설사 간 혼선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준현 대한건설협회 본부장은 "최근 수도권 재정비 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수주전이 혼탁해지고 있다"며 "과열수주의 부작용은 결국 해당 조합과 건설사 모두에 돌아가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한 입찰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