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상승 덕에 장외시장까지 덩달아 달아오르고 있다. 공모주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숨은 우량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외주도 전반적으로 올라 저평가 종목을 찾기가 더 까다로워졌다는 지적이다.

26일 장외주식 거래사이트 프리스닥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장외시장에서 거래된 73개 종목 중 11개(15%)는 이달 25일까지 주가가 50%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인식 프리스닥 대표는 "상장이 임박한 종목뿐 아니라 대기업 계열사,정보기술(IT) 우량주 등 전반적인 재평가가 이뤄진 것은 이례적"이라며 "삼성생명휠라코리아 청약 열기를 경험하면서 장외시장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스피커 제조업체인 블루콤은 7월 초 6000원에서 이달 25일 1만2750원으로 상승률이 112.50%에 달했다. 윤종용 삼성전자 상임고문이 한때 지분을 투자해 우량주로 부각됐고,최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면서 다시 주가가 뛰었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반도체 세정장비업체 세메스,최근 대기업들의 인수전이 불붙은 메디슨 등에도 수요가 몰렸다.

풍부한 유동자금이 덜 오른 중소형주와 가치주로 옮겨간 것도 장외시장 열기로 이어지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지난 4월 장외거래서비스를 시작한 후 약정등록 고객이 한 달 전 800여명에서 현재 1650명으로 늘었다"며 "장기 보유할 우량 종목을 찍어 달라는 전화가 하루 10여통이 온다"고 전했다. 하지만 매수주문 건수가 매도주문의 2.5배에 달해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외시장 정보업체인 피스탁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높다 보니 보험 증권사들까지 장외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면서 "매물이 부족해 매수호가만 쌓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비상장 주식으로만 이뤄진 랩어카운트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전반적인 시세가 올라 '숨은 진주'를 발굴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정 대표는 "최근 상장 계획을 밝힌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두산엔진 골프존 등은 시세 급등으로 고평가 논란도 있다"며 "주가수익비율(PER)이 30배 이상인 종목이 늘어 저평가주를 권하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PER이 10배 이하로 낮고 배당수익률이 높은 현대로지엠,현대캐피탈,한국증권금융 등을 장기 보유할 만한 장외주로 꼽았다.

한편 최근 상장 폐지된 네오세미테크의 경우 회생에 기대를 건 장외 수요가 형성돼 시세가 150원에서 400원으로 뛰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