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전세대출 요건 완화…4층 이상 직장 보육시설 허용
앞으로 신혼부부들이 국민주택기금으로 집을 사거나 전세비를 대출받을 때 무주택기간 제한을 받지 않게 된다. 신혼부부가 근로자 · 서민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소득기준은 현재 3000만원에서 3500만원으로 확대된다. 기간제 여성 근로자는 육아휴직 기간만큼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정부는 26일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제2차 저출산 · 고령사회 기본계획(새로마지플랜 2015)'을 최종 확정했다. 지난 9월10일 발표한 시안에 신혼부부 주거부담을 경감하고 비정규직 여성근로자들을 위한 대책 등이 추가됐다.

2차 기본계획에는 5년간 국비와 지방비 기금을 포함해 78조5000억원이 쓰일 예정이다. 2006년부터 5년간 실시된 1차 계획에 쓰인 돈 42조2000억원보다 79% 늘어난 금액이다. 저출산 분야에는 39조7000억원,고령화 분야엔 28조3000억원,성장동력 분야에 7조8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차관은 "내년치 예산 14조1000억원은 이미 반영돼 있다"며 "2015년까지 연평균 5.5%씩 증가할 예정이며 앞으로 중기 국가재정 운용 계획에도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고용보험 가입 확대

2차 기본계획 확정안에는 주로 신혼부부와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대폭 추가됐다. 집을 마련하느라 출산 계획을 늦추는 이들이 많은 점을 감안해 국민주택기금을 빌릴 때 가구원 전원이 6개월 이상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하던 제도를 신혼부부에 한해 폐지했다. 신혼부부의 기준은 결혼 1개월 전부터 혼인신고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부부다.

정부는 이와 함께 비정규직 여성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비정규직 고용보험 가입을 확대키로 했다. 기간제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쓸 경우 노사가 합의한다면 그 기간만큼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연장된 기간은 무기계약직 전환과 근속기간에서 빼 준다. 사업주는 정규직 전환 부담을 그만큼 더는 셈이다.

직장보육시설을 3층 이하에 두도록 한 규정은 비상계단 등 재해대비 시설을 갖출 경우 4층 이상에도 둘 수 있도록 완화했다. 다만 직장보육시설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기업의 명단 공개는 1년 유예해 주기로 했다.

배우자 없이 연금으로만 살아가는 여성 노인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유족연금 급여 수준을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아울러 국 · 공립대 여성 교수 임용 비율을 작년 12.8%에서 2015년까지 16%로,지방직 5급 이상 관리직 중 여성 비율을 작년 8.1%에서 2011년 9.6% 이상으로 각각 높인다.

육아 부담이 있는 직장인에게 근로시간 단축을 청구할 권한을 주고 육아휴직 급여를 현행 50만원 대신 통상임금의 40%(최소 50만원,최대 100만원)만큼 지급하는 방안도 이번에 확정됐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과 기업이 적극 참여해준다면 2020년께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1.7명)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재정 확보는 미흡

정부가 이날 보완책으로 내놓은 대책 중 일부는 '생색내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임대되지 않은 국민임대주택에 신혼부부를 우선 입주시키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수도권 국민임대주택 중 미임대 상태인 주택은 거의 없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사용자와 협의'해 육아휴직을 쓰고 계약기간을 연장하도록 한 것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재원 마련 방안도 미흡하다. 임종룡 차관은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당장 내년부터 건강보험에서 1조3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정부 재정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는 이번 대책에 노인들을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육아휴직에 관한 새로운 제도는 많이 도입됐지만 이 비용을 감당하도록 돼 있는 고용보험기금은 벌써부터 고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용주 복지부 저출산고령사회정책실장은 이에 대해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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