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타깃된 에너랜드, 상한가 행진이 불안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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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만 남은 상장사, 이른바 '쉘 컴퍼니'에 주로 투자해 막대한 차익을 챙겼던 남궁견 하나모두 회장이 코스닥기업 에너랜드 지분을 인수하자 이 회사 주가가 연일 상한가 행진이다. 하지만 남궁 회장이 손을 탔던 상장사 상당수가 '롤러코스터' 주가 흐름을 보인 뒤 증시에서 퇴출된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남궁견 회장 에너랜드 M&A 나서…주가는 사흘 연속 '上'
27일 오전 10시 50분 현재 에너랜드는 가격제한폭(14.88%)까지 오른 579원에 거래되고 있다. 사흘째 상한가 행진이다. 최근 최대주주가 변경되면서 M&A(인수ㆍ합병) 기대감이 작용한 덕분이다. 에너랜드는 지난 25일 최대주주가 피터벡앤파트너스에서 하나물산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하나물산은 관계사인 고려포리머와 남궁견 하나모두 회장 등과 함께 장내외에서 주당 300~400원에 에너랜드 주식 201만5654주(지분율 13.67%)를 취득했다. 기존 최대주주 피터벡으로부터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 것까지 합하면 사실상 지분율은 최대 47.13%까지 확대된다.
하나물산과 고려포리머는 모두 남궁 회장의 지배력 아래 있는 기업들이다. 남궁 회장은 하나물산 지분 17.9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또 하나모두를 통해 코스닥 상장사 고려포리머 지분 12.77%를 갖고 있다.
남궁 회장 측은 에너랜드의 지분 매입과 관련해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조만간 '경영참여'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남궁 회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단순한 지분 취득 이상이다. 상황을 봐서 경영참여로 지분 신고서를 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랜드에 대한 적대적 M&A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손대는 종목 하나같이 증시 '퇴출'
남궁 회장의 지분 취득이 특히 주목되는 것은 그의 이력 때문. 남궁 회장은 2006년 세종로봇(현 플로스프로핏)이란 상장사를 무자본 M&A를 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그는 하나모두와 그 자회사 등을 동원해 세종로봇 지분을 큰 돈 들이지 않고 인수한 뒤 100억원이 넘는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진다.
남궁 회장이 지분 투자를 하는 동안 세종로봇은 로봇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했다. 가수 비(본명 정지훈)가 투자한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이 와중에 분식회계와 전 경영진의 횡령 혐의가 드러났다. 테마주, 연예인 투자, 경영진의 횡령 등 코스닥 기업의 전형을 보여준 것이다. 결국 2009년 세종로봇은 증시에서 퇴출됐다.
남궁 회장은 세종로봇 이외에도 고려포리머 삼협글로벌(현 프로비타) 에이치원바이오 삼성수산 뉴켐진스템셀(현 하나물산) 매일상선 등의 상장사 M&A에 직ㆍ간접적으로 간여했다. 이 중 뉴켐진스템셀 삼협글로벌 삼성수산 에이치원바이오 등이 세종로봇과 마찬가지로 상장폐지 신세가 됐다.
M&A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너랜드의 경우 단기적으로 여러가지 재료가 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일반 투자자가 소위 선수 종목의 매매에 동참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해 보인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