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vs 장하준 특별대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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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속보] 그린스펀 “미국경제 더블딥 우려국면 이미 지났다”
“자산유동화 현상 광범위…두려움(폴링백) 때문”
“4분기 최대 관건은 서비스부문…큰 사건 예상보다 빨리 올 수도”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7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10’ 화상기조연설에서 “미국 경제가 더블딥을 우려할 국면은 이제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큰 사건들은 경제학자들의 예상보다 빨리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주요 20개국(G20)회의가 전세계 주요 경제 이슈를 두루 다루면서 조율하는 중요한 지위를 굳혔다”는 평가도 내렸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과제’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글로벌 경제 주요 이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차분하고도 설득력 있는 설명으로 참석한 청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파생상품 규제 등 일부 주제에 대해선 대담 진행자로 나선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치열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다음은 기조연설 발언 전문.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오늘 첫번째 기조연설에선 전 FRB의장인 그린스펀 박사를 모시게 됐다.그린스펀 전 의장은 따로 소개가 필요 없는 분이다.줄리아드 음대에서 클라리넷을 배우고 밴드에서 연주도 하는 등 많은 재주를 가진 분이지만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금융제도 분야 권위자다.미 연준 의장을 오랫동안 맡아 왔고 퇴임 후에도 세계의 경제정책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라 할 수 있다.
지금 “경기 침체가 끝났다”라고들 얘기 하기도 하는데,지난 몇년간 대공황 이래 최대 경제위기를 겪었다.대부분 ‘침체’라고 할 때는 고용은 줄고,주택가격은 하락하고,주택시장이 변동하는 것을 의미한다.미국 영국 등에선 더블딥 침체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아일랜드에선 이미 이런 일이 일어났다.최근 아일랜드 정부가 은행권 구제를 결정했다.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2%수준에 달했다.경제 거품해소를 위해 아일랜드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하는 중이다.더 많은 정부지출 삭감이 있을 것이다.그래서 경제가 계속 침체국면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아이슬란드도,라트비아도 경제침체를 겪고 있다.
물론 경제개혁을 통해 나아지는 점도 있다.국제결제은행(BIS)을 통해 바젤3 도입 같은 많은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같은 개혁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금융산업이 구시대적 사업운영을 계속하고 있다.정부도 전례없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하지만 주택시장 침체나 실업률 상승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특히 미국에서도 금융 개혁이 일고 있다.중국도 환율 제도 변화에 저항하고 있다.이에 따라 무역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미국경제는 2008년 위기 후 크게 약화됐다.그래도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지배적인 경제인 것도 사실이다.앞으로 몇년간 세계 금융권이 어떻게 나갈 지는 미국경제 상황에 달려있다.현재 경제회복은 모호하고,특히 부동산 경기침체는 심각하다.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너무 신속하게 예산을 삭감해서 시장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우선 기조연설 시작 전에 한국경제신문과 주최측에 글로벌인재포럼 2010에 초청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싶다.질문에 답하기 전에 미국상황을 말하자면 미국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는 중이다.몇 주간 상황을 보면 제조업에서 취약점을 보여주고 있다.8~10월에 드러난 취약점은 재고증가의 결과라고 생각된다.이 기간 중 늘어난 재고량 탓이다.전체적으로 이같은 취약점 때문에 경제활동이 약해졌다.
변화의 속도도 느려졌다.충분히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이같은 경제 상황이 내년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그러나 미국과 다른 국가들,특히 영국은 전례 없는 위험회피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고정자산을 유동화하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굉장히 기이한 현상이다.미국 경제는 약한 회복조짐을 보이는데 기업들의 마진은 크게 상승했다.기업들은 큰 수익을 거두고 있다.이런 수익은 사실 명목상 GDP가 올라서가 아니라 생산성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에너지와 원자재 서비스 부문에서 생산성이 올라가고 있다.노동생산성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여기에 외국에서 얻는 수익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엄청난 수익상승을 경험하고 있다.이런 분위기가 3분기,4분기로 이어질 것이다.
제가 여러 분석가들을 통해 얻은 실적은 3분기 순익 예상치보다 웃돌고 있다.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엄청나게 어떤 두려움에 기인한 대비(폴링백)현상을 볼 수 있다.자본지출이 늘면서 동시에 현금흐름과 기업수익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그 결과는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 있다.50~60년 묵은 고정자산으로부터 분리되거나 이탈·후퇴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JP모건은 이런 현상이 50년래 최고치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했다.
유동현금 흐름이 고정자산이 아닌 다른 자산쪽으로 돌고 있는 것이다.이런 현상은 비금융권 미국 자산부문에서 가장 많이 보인다.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자산 유동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러한 현상이 지금 이 시점에 일어나는 것일까.이것은 엄청난 대비(폴링백)현상 때문이다.다시 말해서 두려움이 시장에 퍼져있기 때문이다.미래 예측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우려가 커진 것이다.
또 세가지 기본적인 우려사항도 이같은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첫번째는 금융위기의 공포가 잔존하고 있다는 점이다.아직도 많은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또 금융·제도권에 대한 신뢰상의 문제다.여기에다 미국 금융제도의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점도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도드·프랭크 법안으로 구체적인 은행 규제사항이 전환되고 있지만 아직 확실히 결정된 것은 없다.이럼 점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시장에 대한 자본투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같은 금융위기의 충격효과나 금융규제라는 두가지 요인 모두 자본투자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엄청난 규모의 연방적자를 놓고 지난 40년간의 흐름에 비춰볼 때 GDP대비 재정적자 규모와 고정자산으로 가는 현금흐름과 상관관계가 있다.
현재는 민간부문에 돈이 쉽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그래서 자본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왜 그런 현상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건설부분,주택과 상업부문에서의 단기지출은 모두 2006년 절정기 대비 40%정도 감소했다.이것이 다시 GDP에 엄청난 영향을 주며 침체를 부추겼다.이들 요인은 침체기에 회복을 그만큼 더 느리게 하고 발목을 잡는다.
자동차 부문도 마찬가지다.최근의 판매량을 볼때 자동차 산업도 위기 이전수준에 비해 크게 저조하다.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평할 수 있다.
이제 4분기에 직면한 문제를 짚고 가보자.아마도 더블딥 가능성이 실제화되는 문제를 걱정할 때는 지나간 듯 하다.서비스 부문이 매우 중요하다.전체 사이클에서 중요한게 서비스 부문이다.이 부문 역시 성장 둔화상태에 있고,실업률이 매우 높은 상태다.1년 넘게 높은 실업률이 지속되고 있다.이는 다시 시장 회복이 어려워지는 것으로 이어진다.
주택 부분에서 최근 약간의 긍적적 변화가 있었다.하지만 재고를 처리하는 문제는 해결할 필요가 있다.이런 것들이 미국경제 건설부문에 압력을 주고,주택가격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주택가격이 많이 떨어졌지만 이게 전체 문제는 아니다.우리가 고려해야 할 부분은 ‘판매 재고’다.압류당한 주택들이 시장에서 재판매되는 과정에 있다.주택 압류가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그러나 전반적인 주택가격은 올초부터 안정화되는 추세다.‘하향’에서 ‘안정’으로 돌아섰다.9월의 주택판매 평균가격은 안정화됐다.압류현상이 몇년간 가속화됐는데 2005~2006년에 800만채의 새 주택이 신축됐지만 지금은 20%나 떨어진 값에 모기지로만 구입이 가능한 상황이다.모기지가 실제로는 줄고 가격도 4분의 1가량으로 떨어졌다.주택 보유자들이 지금 다시 살아나기 어려운 상태에 놓여있다.
이와 함께 현재 미국에서는 예산문제도 심각하다.이 문제가 즉각적인 인플레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재정간섭 없을 경우 인플레가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예산적자 문제는 심각한지만,필요 이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연방정부는 장기적인 예산안을 짤 필요가 있고,장기적으로 일어날 심각한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
미국 예산은 여러 부문에서 삭감이 이뤄졌다.사실상 거의 모든 부문이 삭감됐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아보이진 않았다.다행이 최근 약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미국 경제가 여전히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것은 묵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장 교수
불확실성 높은 시대에 살고 있다.미국 주택문제는 심각하고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예산문제 역시 심각하다.이런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말보다 행동이 더 어렵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너무 많은 예산을 너무 빨리 삭감하거나 너무 적게,너무 늦게 삭감하는 것도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지금은 위험하고 무서운 시대라 할 수 있다.
세계시장을 살펴보자.세계시장에서 10년간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의 부상이라 할 수 있다.중국에 대한 공포라고 까지 표현할 수 있을 듯 싶다.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국으로 부상했다.그러면서도 여전히 1인당 소득 측면에선 가난한 국가다.미국 보다 인구는 4배나 많지만 소득수준은 10%밖에 안된다.
질적으로 볼때 중국의 정책 우선순위는 안정화에 있다고 여겨진다.중국정부는 이 문제를 잘 인식하고 있다.미국과 일본도 이 문제에 관여하고 있고 투자와 분배를 종용하고 있다.하지만 이런 불균형이 정치적인 문제로 커지기 전에 과연 조정할 수 있을까.
또 인도가 전세계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최근 미 의회에서 중국을 경제제재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그 법의 취지는 이해한다.하지만 앞으로 일본이나 독일의 무역흑자가 중국보다 문제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글로벌 시스템이라는 맥락에서 미국과 중국간 환율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그린스펀 전 의장
중국의 경우,정치적 체제로 인해 전세계적 차원에서 자본주의 시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그러면서도 역동적인 요소들이 작동하는 시장이다.또 중국의 경제정책에 관여하는 여러 정치적인 문제점도 있다.이런 것들이 전세계 안정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엄청난 수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안정을 유지하는게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이런 안정화 작업은 기본적으로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자본투자의 대부분이 중국에선 정부 주도아래 진행됐다.지방정부,중앙정부가 각종 국영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그러면서 정부에 유입된 요소들을 측정해 GDP통계를 만들어갈 수 있었다.중국의 GDP는 정부로 오는 원자재와 에너지 사용 규모,인력 사용 수준을 통해 측정되고 있다.중국과 다른 국가들이 거래할 때는 실질적으로 거래되는 부분의 GDP가 중요하다.
여기에 중국은 고용을 창출하기 보다는 단순히 무엇을 생산하는 데 더 주력하고 있다.베이징에 가 보면 빈 건물이 많다.이런 행위는 지속할 수 있는 게 아니다.그래서 중국은 인플레 압력 받고 있다.물가 상승에 대해 중국정부가 걱정하고 있다.최근 중국정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개인적으로 중국 중앙은행 총재를 잘 알고 있는데 전세계 상황을 잘 아는 분이다.정부에 올바른 정책건의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중국의 성장은 아마 곧 둔화되겠지만,지금까진 가속화 추세가 유지되고 있다.최근 몇주의 상황을 보면.전세계가 좋은 시절을 만들 만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중국이 세계경제를 이끄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장 교수
중국은 GDP상으로 2~3년 수치와 비교해 볼 때 전세계에서 가장 큰 부양책을 사용했다고 보여진다.전체 GDP의 50%에 달하는 부분이 부양책의 영향이라고 할 정도다.베이징에 빈 건물이 많다고 말씀하셨는데 최근 상하이에 제3공항을 건설하기도 했다.중국은 조만간 어려움을 겪게 될 것 같다.그러면 세계경제도 같이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닌가 싶다.추측건대 이런 어려움은 예상보다 빨리 다가올 수도 있다.
▷그린스펀 전 의장
큰 사건(이벤트)은 언제나 경제학자들이 예측한 것 보다 빨리 일어난다.그러니 조심해야 한다.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모니터하고 자문하고 논의해야 한다.특히 중국 당국자들과 긴밀하게 공조해야 한다.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여러 곳에서 상당히 실력있는 책임자들과 만나봤는데 그들은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초기 부터 만남을 통해 많이 배우고 교류했다.(2편에 계속)
정리=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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