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유통법이라도 빨리 통과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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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관료의 말 한마디로 여야 합의가 뒤집혔다니 말이 됩니까,아예 통과시키지 않기로 서로 짜고 치는 것 아닌가요?"
최근 기업형 슈퍼마켓(SSM) 출점을 규제하는 유통법(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된 후 한 중소상인단체장의 반응은 다소 의외였다. 그가 이끌고 있는 중소상인단체는 그동안 유통법과 상생법(대 · 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이 반드시 동시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동시 처리가 어렵다면 유통법이라도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는 쪽으로 돌아섰다.
그는 "당초 여야 합의대로 우선 유통법을 통과시킨 다음 상생법 통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때 가서 중소상인들이 투쟁하면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입장 변화에는 'SSM 관련법'이 1년 넘게 시간만 끌고 있는 데 대한 피로감이 엿보였다. 지난해 6월부터 본격 논의된 SSM 출점규제 방안은 정부와 국회,대형 유통업체들과 중소상인들 사이에 무수한 공방과 타협을 거치며 지난 4월 지금의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안으로 귀결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상생법의 규제 효과가 유통법보다 더 큰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유통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SSM과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강도는 유통법이 훨씬 세다는 것.유통법이 시행되면 전국 유통상권의 30%에 해당하는 재래시장 인근 500m 이내에 SSM이나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이 법적으로 제한된다. 반면 상생법이 시행돼 SSM 가맹점이 사업조정대상에 포함되더라도 출점 자체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은 현행법상 사업조정 대상인 SSM 직영점은 올 들어서도 118개나 생겼지만 조정 대상이 아닌 가맹점은 35곳만 늘어난 것만 봐도 설득력을 얻는다. 전국상인연합회 등 14개 단체들로 구성된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가 지난 26일'동시 처리'가 아닌 '순차 처리'를 주장한 것은 "유통법이라도 조속히 시행해 SSM 출점을 막아보자"는 절박함에서다.
SSM 규제법안이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중소상인들의 목소리는 뒷전이다. "SSM이 다 들어선 후에 법안을 통과시킬 셈이냐"는 중소상인들의 탄식이 깊어지고 있다.
송태형 생활경제부 기자 toughlb@hankyung.com
최근 기업형 슈퍼마켓(SSM) 출점을 규제하는 유통법(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된 후 한 중소상인단체장의 반응은 다소 의외였다. 그가 이끌고 있는 중소상인단체는 그동안 유통법과 상생법(대 · 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이 반드시 동시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동시 처리가 어렵다면 유통법이라도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는 쪽으로 돌아섰다.
그는 "당초 여야 합의대로 우선 유통법을 통과시킨 다음 상생법 통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때 가서 중소상인들이 투쟁하면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입장 변화에는 'SSM 관련법'이 1년 넘게 시간만 끌고 있는 데 대한 피로감이 엿보였다. 지난해 6월부터 본격 논의된 SSM 출점규제 방안은 정부와 국회,대형 유통업체들과 중소상인들 사이에 무수한 공방과 타협을 거치며 지난 4월 지금의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안으로 귀결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상생법의 규제 효과가 유통법보다 더 큰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유통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SSM과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강도는 유통법이 훨씬 세다는 것.유통법이 시행되면 전국 유통상권의 30%에 해당하는 재래시장 인근 500m 이내에 SSM이나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이 법적으로 제한된다. 반면 상생법이 시행돼 SSM 가맹점이 사업조정대상에 포함되더라도 출점 자체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은 현행법상 사업조정 대상인 SSM 직영점은 올 들어서도 118개나 생겼지만 조정 대상이 아닌 가맹점은 35곳만 늘어난 것만 봐도 설득력을 얻는다. 전국상인연합회 등 14개 단체들로 구성된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가 지난 26일'동시 처리'가 아닌 '순차 처리'를 주장한 것은 "유통법이라도 조속히 시행해 SSM 출점을 막아보자"는 절박함에서다.
SSM 규제법안이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중소상인들의 목소리는 뒷전이다. "SSM이 다 들어선 후에 법안을 통과시킬 셈이냐"는 중소상인들의 탄식이 깊어지고 있다.
송태형 생활경제부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