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 위례신도시 사업 참여 물 건너가나
서울시 산하 SH공사의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참여가 불확실해졌다. 총 13조원에 이르는 부채 탓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사업 정산비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LH와 SH공사의 공동사업 구도가 깨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SH공사가 위례신도시에 지으려던 장기전세주택(시프트) 공급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채 많아 사업비 조달 차질

27일 국토해양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LH와 SH공사의 위례신도시 공동 개발에 따른 지분율은 각각 75%,25%다. 지분율은 총 사업비 기준이다.

LH는 그동안 토지보상비 등으로 사업비 2조6000억원(7월 말 기준)을 선투입했다. 이에 따라 SH공사는 6500억원(25%)을 LH에 정산해야 공동시행 자격을 얻을 수 있으나 부채가 많아 현재 동원 가능한 금액은 1000억원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SH공사는 2014년까지 총 13조원의 부채 규모를 6조원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내용의 '재정건전성 강화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SH공사 관계자는 "부채 문제로 사업 정산비를 지급하지 못해 협약 체결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위례신도시는 당초 2006년부터 LH가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신도시 6.8㎢ 부지 안에 송파구 땅(2.58㎢)이 포함되면서 서울시와 SH공사가 시행권을 달라고 요구하자 국토부가 지난 2월 LH와 공동 시행토록 절충했다.

이후 LH와 SH공사는 수개월간 실무자 협의를 거쳤으나 사업비 정산이라는 선결 과제에 막혀 공동시행 협약 체결이 늦춰지고 있다. 지난 26일 발표된 위례신도시 실시계획안은 LH가 단독 사업자 자격으로 국토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것이다.

◆시프트 공급도 무산 위기

SH공사가 위례신도시 안에서 시행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지는 송파구에 속한 땅이다. SH공사는 당초 이곳에 시프트 7000여채를 포함, 분양아파트 및 임대아파트 등을 합쳐 총 1만6000채를 공급할 예정이었다.

분양아파트는 부채 해소 차원에서 투입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려고 후분양이라는 기본 원칙을 깨고 선분양 방식으로 공급하겠다는 방침까지 정한 상태다. 하지만 사업비 정산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SH공사의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구상도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SH공사는 사업비 정산 시점을 늦추거나 분납하는 방안 등을 LH 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H공사 부지에는 2013년 이후 이전하는 특전사와 기무부대 등이 있어 택지공급 시기가 늦어지는 만큼 사업비 정산 시점에 다소 여유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 시점에는 LH가 투입한 사업비가 7조원가량에 육박, SH공사가 지급해야 할 정산금 규모도 1조7500억원가량으로 늘어나게 된다. 부채 해소가 최대 현안인 SH공사가 향후에도 이 만한 목돈을 확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재정 상태가 여의치 않은 LH도 사업비 정산을 늦추는 방안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디벨로퍼 업계 관계자는 "개발사업 특성에 비춰 SH공사가 사업비 정산 시점을 늦출수록 지급해야 할 금액도 늘어나는데다 사업이 너무 많이 진행될 경우 양자 간 정산해야 할 내용이 복잡해져 공동시행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