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경상남도에 위탁한 낙동강살리기 13개 공구에 대한 사업권을 사실상 회수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경남도는 정부가 사업권을 거둬들이면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맺은 협약 위반이라며 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이어서 낙동강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 "사업부진 안 된다"

국토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고위 관계자는 27일 "경남도가 사업시행 의지가 없음을 통보한 만큼 경남도 대행사업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다음 주 중반 정부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남도 전체 대행사업은 총 13개 공구로 지난 25일 현재 15.6%가 진행됐지만 김해시의 낙동강7~10공구 공정률은 평균 1.6%로 부진하고 함안군 내 47공구는 발주조차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4대강본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장 조사는 사업이 얼마나 안 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실상 사업 회수를 위한 수순"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르면 다음 주 초,늦어도 다음 주 중반께는 경남도로부터 낙동강살리기 사업을 회수하겠다고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13개 공구 발주청을 경남도에서 부산지방국토청으로 변경하되 기존 시공사와의 계약은 그대로 승계토록 할 방침이다.

◆경남도 "정부 회수권한 없다"

경남도는 지난 26일 국토부에 전달한 공문을 통해 "보 설치와 과도한 준설로 도민의 피해가 예상되고 자연생태계 훼손이 우려된다"면서도 "정부 위탁 13개 공구의 낙동강 사업권을 반납하지는 않겠다"고 최종 통보했다.
정부가 사업권을 회수할 권리가 없다는 게 경남도의 주장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작년 9월 경남도와 부산지방국토청이 체결한 협약서에는 '천재지변,전쟁,기타 불가항력한 사유와 예산 사정 등 국가시책 변경으로 사업의 계속 수행이 불가능할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4대강본부가 "법률 자문 결과 대행 업무를 게을리했기 때문에 이를 회수할 근거가 충분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반박하자 경남도는 "정부가 사업권을 강제 회수하면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대응했다. 경남도는 공사 중 불법 행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준설토 적치나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 등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최대한 행사하는 방식으로 사업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4대강 사업 지연되나

경남도는 낙동강 살리기 대행사업에 대한 수행 여부를 묻는 정부 측 요구에 '검증'이 필요하다며 이미 3개월이란 시간을 끌었다. 결국은 '4대강 반대,사업권 반납 불가'로 입장을 정리함에 따라 낙동강 사업이 4대강 전체 사업을 지연시키는 병목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내년 6월까지 보 설치,준설 등 4대강 주요 공정을 마무리짓고 내년 말 전체 사업을 완료한다는 정부 계획도 차질이 빚어질 공산이 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경남에서도 양산 밀양 합천 등 기초단체장이 사업에 적극적인 구간에서는 일정대로 공사가 잘 추진되고 있다"며 "민주당 소속인 김해시장이 김두관 경남지사와 함께 김해시 구간의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구간은 대부분 생태하천,자전거길 조성 등 지역개발 사업이어서 지자체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