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출산 · 고령화 대책으로 부심하는 가운데 주식 투자자들도 고령화로 인한 증시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머지 않아 닥칠 고령사회에는 노동인구 감소에 따른 저성장이 불가피해 증시에 장기 · 구조적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6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선 '초(超)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선례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구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고령화는 증시에도 부담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27일 9.65엔(0.10%) 상승한 9387.03엔으로 마감,지난달 이후 하락세를 멈추고 소폭 반등했다. 하지만 닛케이평균주가는 올해 등락률이 -11.02%로 부진하다. 지난해 금융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반짝 오름세를 보인 것을 제외하면 일본 증시는 2006년 말 이후 장기 침체에 빠져 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의 비중이 줄어들수록 가계의 부담이 커져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게 된다"며 "특히 일본은 주식보다 채권 외환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아 주식시장이 장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과 비슷한 인구 구조 변화를 보이고 있는 한국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증시 상승 탄력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오승훈 대신증권 글로벌리서치팀장은 "미국처럼 국내에도 퇴직연금과 펀드 등 간접투자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어 고령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증권은 이날 '다나카상을 만나다'라는 제목의 일본 리서치 자료를 발간했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아직 절대인구의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고 가계자산에서 주식 등 위험 자산 비중이 낮다"며 "고령화로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높여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보험 · 제약이 최대 수혜주

고령화의 수혜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업종은 제약과 보험이다. 의료비 지출과 보장성 보험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실적이 호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약가 인하 정책과 보험 가입자 수 감소에 따른 저성장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박석현 한화증권 연구원은 "일본 보험회사들은 의료비 관련 특약상품과 종신보험을 통해 성장을 모색했다"며 "한국은 공적 의료보험의 보장 수준이 약하고 이미 한 차례 구조조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가입자 수 감소로 보험료 수입이 줄어드는 반면 보장비용 부담은 늘어나게 마련이다. 따라서 지급여력비율 등 재무건전성이 높은 보험사일수록 경쟁에서 유리해 대한생명 삼성화재 등이 향후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한화증권은 분석했다.

다케다제약 등 일본의 주요 제약업체들이 약가 인하 압력을 피하기 위해 가격 부담을 줄인 제네릭(복제약) 개발로 활로를 찾았다는 점도 국내 대형 제약업체들이 부각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제약업계 재편의 수혜가 예상되고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동아제약이 초고령사회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종목으로 꼽혔다.

일본 건설업체들은 고령화가 본격화되면서 신규 주택건설 수요 감소로 몸살을 앓았지만 종합 부동산 개발업체나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대형사들은 오히려 입지를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GS건설 대림산업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수 있는 이유다. 국내에선 고령화가 본격화되고 인구 증가세가 멈추는 2018년께부터 부동산 가격이 본격 하락할 것으로 한화증권은 전망했다.

이경수 팀장은 "연령이 높아져도 여가생활을 즐기는 비용은 크게 줄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해외여행을 경험한 인구의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여행 · 레저주와 엔터테인먼트주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