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는 19세기 이후 과거 어느 때보다도 훌륭한 시장경제 체제를 갖추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정 부분 '소말리아제이션(somaliazation)'으로 가고 있지 않나 우려된다. (글로벌) 법제와 규칙이 없다면 시장은 절대로 잘 돌아가지 않는다. "

'프랑스 최고의 석학'으로 불리며 세계 80여개 국가에서 소액 융자를 통한 국제빈민 활동에 나서고 있는 자크 아탈리 플래닛파이낸스 회장은 27일 '빨라지는 글로벌 권력 이동'이란 주제로 열린 본섹션Ⅰ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말리아제이션'은 섹션에 참석한 로버트 먼델 컬럼비아대 교수조차 "처음 들어봤다"며 강한 호기심을 드러낸 신조어.아프리카 북동부국가인 소말리아의 해적들이 무정부 상태를 이용해 해상 무역과 안보를 위협하듯이 세계 경제가 비슷한 혼란으로 갈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아탈리 회장은 "알코올중독자가 '이번이 마지막 한 잔이야'를 외치는 것처럼 각기 사정이 다른 개별 국가들이 임시방편으로 돈을 쏟아부어선 세계무역과 통화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합의된 틀을 만들어 내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명실상부 최상급 회의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환율전쟁이나 보호주의와 같은 새로운 적과 직면해 과감하게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과거의 경험을 빗대 G20에 대한 차별화를 요구했다. 아탈리 회장은 "과거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의 경제분야 특별보좌관 등으로) 선진 7개국(G7) 회의에 참석해 봐서 잘 알지만 특정한 룰(컨센서스) 없이 각각 자기 순서가 왔을 때 의견을 밝히고 다수결에 의해 의사 결정한다고 생각해 보라"며 "세계의 권력이 미국에서 유럽으로,다시 태평양으로 옮겨온 G20은 분명히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아탈리 회장은 "재미있는 것은 소말리아에도 희망의 징조가 있다는 것인데 물론 여전히 법제는 없지만 한국을 비롯해 미국 · 프랑스 · 영국 · 이탈리아 · 인도 등 여러 국가의 해군이 영국 사령관의 지휘 아래 효과적으로 해적에 대처하고 있다"며 글로벌 공동 대처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또 "적어도 현 상황에서 한국은 참가국들 사이의 조율을 가능하게 할 G20 정상회의에 최적의 개최국"이라고 덧붙였다.

아탈리 회장은 이어 "상황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미국과 유럽의 금융 분야가 훨씬 나아졌고 '디레버리징(부채 축소)'도 이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이들 국가에서) 은행 부채가 정부,다시 세금으로 넘어가는 전가 방식이 아닌가 싶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날 본세션Ⅰ은 김종인 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이 좌장을 맡아 이끌었다. 국내 토론자로 나선 김기환 서울파이낸셜포럼 회장은 "전 세계 시장과 경제가 각기 사정이 다른 개별 국가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법치주의의 필요성은 좋은 지적"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평균 실질소득이 정체되거나 줄어드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번영을 위해 한국 이니셔티브 중 하나를 개발성장의 경험을 저개발국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정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문혜정/이호기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