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대표해 '글로벌 인재포럼 2010'에 참가한 조너선 트렌트 NASA 총괄연구원과 '탈석유 시대와 미래 에너지원'을 주제로 특별대담을 가졌다. 트렌트 연구원은 NASA가 2년 전부터 추진하고 있는 '오메가(Offshore Membrane Enclosure for Growing Algae) 프로젝트'의 책임자다. 오메가 프로젝트는 특수 비닐봉지에 폐수와 미세 조류(algae)를 담아 연안 바닷가로 흘려보내면 그 안에서 태양과 파도 등에 의한 일련의 화학반응을 통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오일'을 생산하는 것이다. 특별대담에서 트렌트 연구원은 "과거 NASA의 '아폴로 프로젝트'보다 더 크게 판을 벌리고 싶다"며 "한국 기업 및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신 부회장은 "SK에너지도 최근 대체에너지로서 조류에 대한 연구개발에 착수했다"며 "한국이 오메가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헌철 부회장=오메가 프로젝트를 보면 '왜 우주항공 분야의 첨단 기구가 조류를 연구하는가'라는 의문과 호기심이 듭니다. 조류와 우주항공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요.

▼조너선 트렌트 연구원=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우주항공학은 큰 변혁기를 거치고 있습니다. 우주선의 연료를 화석에너지가 아닌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한 연구가 그것입니다. 두 번째는 우주탐사로부터 얻은 경험입니다. 매우 한정된 위험한 공간인 우주에서는 모든 자원을 최적화시켜야 하고 재활용이 가능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 발상이 만나 오메가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저는 해양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원근해를 탐사하며 극한 상황에서 생물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연구했습니다. 극한 상황에서 단백질 분자가 어떤 결합과 분해 양상을 보이는지 나노기술을 동원해 8년 동안 연구했고요. 단백질 효소로 바이오연료를 만드는 방법도 연구해왔습니다. 그러다 마주친 것이 조류였습니다.

▼신 부회장=한국 정부는 최근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발표하면서 2015년까지 400억달러를 투자해 태양광 풍력발전 세계 시장 점유율 15%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태양광을 제2의 반도체 사업으로,풍력을 제2의 조선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겁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10년 동안 1500억달러를 투자해 향후 전체 에너지의 25%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압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분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트렌트 연구원=2단계 연구가 내년 말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때를 전후해 기업들로부터 지원이 필요합니다. 펀딩을 받으면 3단계부터 직접 바다에서 실험해볼 계획입니다. 제가 강조하는 것은 지속가능하고 탄소중립적 에너지를 위해서는 전 지구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어 오메가 프로젝트에 환상적으로 어울리는 나라입니다.

▼신 부회장=본사의 연구 결과 조류는 잘 정제된 석유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SK에너지도 최근 대전 기술원에서 본격 연구를 시작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한국이 이상적인 곳이라니 기대가 되는데,기업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요.

▼트렌트 연구원=현재 오메가 프로젝트 지원액은 150억달러에 불과합니다. 기업들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세계 500대 기업 중 1~7위 기업이 엑슨모빌 셰브론 등 모두 석유기업입니다. 이들의 연간 매출은 2조2000억달러에 달합니다. 원유 시추선 한 대로 하루에 올릴 수 있는 수익이 1000만달러 정도입니다. 정부 팔에 이끌려 생색을 내는 수준이 아니라 전향적인 투자가 절실합니다. 현재 투자로 150년 역사와 세계적으로 5조달러 시장을 가진 석유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 정부도 기업들이 주도권을 갖고 적극적으로 오메가 프로젝트에 진출하기를 권합니다. 예를 들면 태양광과 풍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폐수에 조류를 담을 수 있게 공장을 짓는다면 어떨까요. 이것이 시스템 엔지니어링입니다. 관련 기업들이 모두 어우려져 새로운 기술 생태계를 이루는 것입니다. 인류는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의 재앙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합니다. 오메가 프로젝트는 그 중 하나입니다. 운석이 떨어진다면 세계 각국이 모여 해결책을 찾겠지요. 그러나 환경오염과 화석연료 고갈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긴밀히 연결된 해결책이 사실 전무합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없습니다. 하루빨리 세계적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합니다.

▼신 부회장=결국 협력과 교류가 화두라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현재 속도로 볼 때 2030년까지 에너지 소비는 60~70% 증가하지만 2020년께부터는 화석연료의 절대량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그 전에 다른 에너지로 빈 곳을 채워넣어야 지구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한국이 '오메가 얼라이언스'에 참여해 많은 도움을 주고 받기를 기대합니다.

이해성/최진석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