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서가 중요한 비율을 차지하지 않는 미국 출판시장에서 스웨덴 무명 작가의 소설이 일으킨 엄청난 열풍은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문학 장르가 스릴러,SF,판타지 등을 아우르는 '장르문학'이라는 사실을 대변한다. 장르문학은 시대를 불문하고 미국 출판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어왔다. 미국의 대표 스릴러 작가의 소설들은 출간 전부터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고 있고,실제로 지난 26일 출간된 존 그리샴의 신작은 3개월 전부터 이미 아마존 상위권에 올라가 있다.
최근 미국의 SF소설은 우주,과학,전투장면 등에 중점을 둔 초기 작품들에서 조금 더 대중적인 성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매년 SF분야에서 최고의 작품에 수여되는 '휴고상(Hugo Award)'을 네 번이나 수상한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의 신작 《크라이번(Cryoburn)》은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 100위권에 진입했다.
한편 판타지 소설 작가들은 마법사와 소인 등의 모험을 그린 클래식 판타지부터 뱀파이어와 초능력자들이 등장하는 파라노멀 판타지 등 다양한 독자들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를 선사하고 있다. 미국의 판타지 작품들은 별 다른 유행을 타지 않는데,그 예로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뱀파이어와 파라노멀의 이야기를 그린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는 2001년 출간되었지만 여전히 베스트셀러 상위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최근 국내에서도 장르문학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올 상반기에 소개된 《SF명예의 전당 1,2》는 수많은 SF작품 중 알짜배기만을 모아 장르문학과 친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SF소설을 맛보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또한 제2의 로버트 하인라인이라 불리고 있는 존 스칼지 시리즈 또한 국내 마니아층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인기를 끌면서 한국 시장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와 장르문학과 주류문학의 분간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올 만큼 장르문학에 대한 한국 출판시장의 의식은 점차 바뀌어 가고 있다. 국내에도 장르 문학의 전성기가 찾아올 것인가. 불황 탈출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한국 출판사들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박성주 < BC에이전시 영미권 에이전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