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아나토미(anatomy · 해부학)'라고 해야 할까. 그것도 달랑 한 권짜리 삼국지 해설서가 나왔다. 글쓴이가 이문열이든 황석영이든 통상 삼국지라고 하면 10권 세트는 기본인지라 "에계…" 하는 마음으로 집어들었지만 막상 책을 펴보니 내용은 결코 한 권짜리가 아니다.

나관중의 《삼국연의》를 새롭게 풀어쓴 《나관중 삼국지》의 저자 우위는 "한 권짜리 축약본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등장인물 · 사건에 대해 심층분석을 했다"며 "원저에서는 볼 수 없는 삼국시대의 이면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책은 인물 · 이야기 · 분석 · 번외편으로 구성돼 있다. 인물편에서는 42명의 군주 · 모사 · 장수들의 성격과 특징을,이야기편에서는 삼국지의 대표적인 명장면 33개를 그림과 도표를 곁들여 보여준다.

분석편으로 들어가면 곳곳에서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는 《삼국연의》 전반에 흐르는 '존유억조(尊劉抑曹 · 유비를 띄우고 조조를 억누름)'의 기조는 진나라 이후 점차 굳어진 중화사상과 무관치 않다고 해석한다. 번외편도 흥미롭다. 당대의 복식 · 관제뿐만 아니라 제갈량이 적벽에서 주유에게 선물한 동남풍의 비밀과 조조를 울게 했던 필승 진법에 대한 설명이 눈길을 끈다.

학창시절 밤잠을 설치며 삼국지를 읽었지만 이제는 '도원결의''적벽대전' 등 편린만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