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세를 보이던 미 국채 금리가 통화당국의 양적완화 조치가 눈앞에 다가오자 급반등했다. 막상 양적완화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일(다음 달 3일)이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이 오히려 국채를 내다 파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 장기 국채의 거품이 터지는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27일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전날보다 0.08%포인트 상승한 2.71%를 기록했다. 최근 거래일 기준으로 6일 연속 상승하며 0.24%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10년 만기 국채는 이달 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조치 기대감으로 장중 2.33%까지 떨어졌다. 전날 30년 만기 국채는 8월 이후 처음으로 4%를 넘었다. 채권 수익률은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여 수익률이 상승하면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미 국채 수익률 급등은 이날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FRB가 시장 예상보다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일 것으로 보도하면서 매물이 늘어난 결과였다. WSJ는 FRB가 충격요법(shock and awe)보다는 점진적인 방법으로 수천억달러 규모 국채를 매입할 것이라고 통화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시장에서는 FRB가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적어도 5000억달러에서 최대 2조달러어치 국채를 매입할 것으로 기대해왔다.

또 350억달러 규모의 5년 만기 국채 입찰 수익률이 9월 입찰 때보다 높은 1.33%로 낙찰된 것도 다소간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이날 시장 전망보고서에서 FRB가 다음 달 3일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하면 채권 수익률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도 채권 투자자들 사이에 공포심을 일으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통화당국이 미국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푼다는 것은 곧 인플레이션을 의미하는 만큼 30년 동안 이어온 채권시장 강세장이 막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미국 경제가 통화당국이 아무리 돈을 풀어도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는 대출로 이어지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회사인 페이던앤드라이겔의 블라디미르 밀레프 애널리스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미 국채를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투자전략"이라고 말했다. 최근 물가연동국채 수요가 증가한 것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다수 월가 채권 전문가들은 1년 후 미국 물가상승률이 2~2.5%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3.5~4% 수준에서 움직이는 게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FRB가 상당 기간 낮은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힌 데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낮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양적완화 조치가 나오면 국채 매수세가 다시 유입될 것이란 반론도 없지 않다. 따라서 FRB의 매입 규모와 방식은 물론 정책 효과로 인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커지느냐에 따라 미 국채 수익률의 움직임이 결정될 전망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