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센서스,즉 인구조사의 해라고 부를 만하다. 조사를 했거나 할 예정인 나라가 63개국이나 된다. 주로 5년,10년 단위로 실시하다 보니 연도가 '10'으로 끝나는 올해로 잡은 곳이 많다. 조사 규모가 가장 방대한 나라는 역시 중국이다. 기간은 내달 1일부터 열흘간이다. 투입되는 조사원이 600만명,들어가는 비용만 80억위안(약 1조3600억원)에 이른다. 맘 먹고 실시하는 조사지만 얼마나 정확한 통계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오지(奧地)가 많은데다 센서스에 대한 인식이 덜 돼 있어 큰 오차가 생기는 탓이다. 내몽골 티베트 같은 곳에선 말을 타고 일일이 유목민들을 찾아다녀야 한단다.

미국은 지난 4월 실시한 인구조사 결과를 재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결과는 12월 중 대통령에게 보고하게 돼 있다. 참여율을 높이려고 슈퍼볼 TV광고 비용만 250만달러를 쏟아부을 만큼 공을 들였다. 다인종 사회의 특성상 비영어 사용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59개 언어로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인도는 내년 센서스에 앞서 15세 이상 주민들의 얼굴 사진과 지문 등 생체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전 국민에게 처음으로 16자리 주민등록번호도 부여한다. 공무원 250만명을 투입한다지만 인구가 12억명에 이르다 보니 곳곳에 걸림돌이다. 교통망이 워낙 부실하고 응답률도 낮아 정확도는 중국 못지 않게 떨어진다고 한다.

이렇게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도 참여율이 올라가지 않아 극약처방을 하는 경우도 있다. 터키는 2000년 인구조사에서 외출금지령까지 발동했다. 허가 없이 집을 벗어나면 3개월 구금형에 처하는 바람에 이곳저곳에서 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페루도 93년 하루 동안 통행금지령을 내린 후 인구조사를 했다.

우리는 22~31일 인터넷조사(www.census.go.kr)에 이어 내달 1~15일 방문면접조사를 실시한다. 조사원 11만3000명에 18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거주 외국인이 120만명에 달하고 다문화 가정도 15만가구를 웃도는 까닭에 설문조사표는 9개 언어로 만들었다. 센서스는 '통계의 꽃'으로 불린다. 이를 토대로 경제 복지 교육 문화 노동 등 모든 정책을 짜기 때문이다. 성실히 답을 해야 빈틈없는 국가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큰 품 안들이고 애국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