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감세(減稅)정책을 놓고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다. 당 대변인이 지난 27일 최고위원 · 중진회의 연석회의에서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 인하 철회를 검토키로 했다고 발표했다가 비난 여론이 거세자 불과 4시간 만에 그냥 논의해보겠다는 수준이었다고 물러섰다. 안상수 대표도 어제 "단순한 검토 지시가 마치 수용하는 것처럼 비쳐졌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이 감세 정책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것은 국정을 이끌 책임이 있는 집권 여당으로서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세금제도는 경제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정책이어서 손바닥처럼 뒤집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특히 감세는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을 위해 적극 추진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한 상징적인 정책이다. 당내 일각에서 복지재원 확충을 명분으로 감세 철회를 요구했다고 해서 당 지도부가 내부 토론이나 여론 수렴도 없이 불쑥 꺼내든 것은 국민과 기업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정부가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각각 35%와 22%)을 2%포인트 낮추기로 한 2012년도 당초 발표했던 시점보다 2년 늦어진 것으로,야당의 '부자감세론'에 밀려 양보했던 사안이다. 그것마저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은 약속을 또다시 뒤엎겠다는 꼴이다. 전 세계가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고 소비 증가를 유도하기 위해 소득세 인하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뒤로 가자는 억지에 다름아니다.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흠집을 내는 일임은 말할 것도 없다.

재정 건전화가 시급한 상태에서 급속히 늘어나는 복지 비용을 충당하기는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복지 확충은 정부 재정 지원 확대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감세를 통한 경제활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이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복지 정책이라는 것은 이미 검증된 사안이다. 감세를 철회하면서까지 복지를 늘리려는 한나라당의 시도는 당의 정체성을 흐리게 만드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기도 하다. 감세 철회 논의는 당장 접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