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강연 "부품·소재 사업 40년…벤처정신이 밑거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0년 걸려 PCB소재 국산화
日독점 뚫고 세계 2위로 우뚝
"좋은 기업 있으면 M&A 할 것"
日독점 뚫고 세계 2위로 우뚝
"좋은 기업 있으면 M&A 할 것"
"투자 리스크가 크고 성장세가 더디더라도 부품 · 소재산업을 키워야 대일 무역역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70)은 28일 "일본과의 기술경쟁에서 이기는 게 진정한 해방"이라며 "대일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선 국내 부품 · 소재산업 분야를 개척하려는 기업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이날 서울 조선호텔에서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와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주최한 조찬강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인 그는 1967년 일진금속공업을 창업한 이후 43년 만에 일진전기 일진다이아몬드 일진경금속 등 12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키워냈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부품 · 소재산업 분야 대표 경영인으로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이사장,한국발명진흥회장을 맡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 허 회장은 일진머티리얼즈(옛 일진소재산업)를 사례로 들어 부품 · 소재 분야에서 일본 기업을 앞지른 경험담을 소개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모든 전자제품에 쓰이는 '감초'와도 같은 인쇄회로기판(PCB)을 만드는 핵심소재인 '일렉포일(elecfoil)'(압연 방식이 아닌 전기분해를 통해 만드는 얇은 동판)을 최초로 국산화한 회사다.
그는 "1990년대 후반까지 일렉포일은 미쓰이,후루가와 등 일본 업체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국내 전자회사들은 100%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며 "기술력이 달리다 보니 일본 업체들이 질 낮은 제품을 보내와도 감지덕지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1978년 허 회장은 이동녕 서울대 공대 교수 등과 함께 일렉포일 국산화에 나섰다. 하지만 기술 개발은 쉽지 않았다. 일본업체들이 기술 이전을 해주지 않은 탓에 (일본 현지 업체 공장의) 인근 건물 옥상에 올라가 망원경으로 몰래 공장 안을 살펴보기도 했다.
그는 "일렉포일 양산을 위해 1987년과 1993년에 공장을 두 곳이나 지었는데도 불량률이 높아 공장을 가동조차 못했다"며 "하지만 1997년 3000억원을 들여 세 번째 공장을 지을 정도로 과감하게 승부를 걸었다"고 말했다.
그러기를 20년,일진머티리얼즈는 1997년 불량률을 최소화한 일렉포일 개발에 성공했다. 90%의 수율로 일본제품과 품질은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가격은 30%나 싸게 만들어냈다. 국내외에서 주문이 밀려든 것은 당연한 일.1999년 600억원 남짓이었던 매출은 올해 400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현재 일진머티리얼즈는 일렉포일 분야 시장점유율이 미쓰이에 이어 전 세계 2위에 올라 있다.
허 회장은 "일렉포일 국산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벤처정신"이라며 "모두가 부품 · 소재 분야는 돈이 많이 들고 리스크도 크다고 꺼리지만 끊임없는 투자와 기술 개발만 한다면 충분히 일본 기업을 앞설 수 있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강연이 끝난 뒤 기자와 만나 일진그룹의 중 · 장기 비전을 부품 · 소재산업 전문화에서 찾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회사들은 매출 1조원을 넘기기까지 보통 30년가량 걸리는데 일진그룹은 40년이 걸렸다"며 "부품 · 소재 분야 성장 속도가 좀 느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길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일진그룹 경영전망에 대해 "올해 그룹매출은 2조1000억원,영업이익은 1800억원 정도 될 것"이라며 "2년 뒤에는 매출 3조원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른 기업을 인수 · 합병(M&A)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항상 생각하고 있다"며 "좋은 기업이 있으면 언제든 M&A에 나설 것"이라고 답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70)은 28일 "일본과의 기술경쟁에서 이기는 게 진정한 해방"이라며 "대일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선 국내 부품 · 소재산업 분야를 개척하려는 기업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이날 서울 조선호텔에서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와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주최한 조찬강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인 그는 1967년 일진금속공업을 창업한 이후 43년 만에 일진전기 일진다이아몬드 일진경금속 등 12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키워냈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부품 · 소재산업 분야 대표 경영인으로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이사장,한국발명진흥회장을 맡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 허 회장은 일진머티리얼즈(옛 일진소재산업)를 사례로 들어 부품 · 소재 분야에서 일본 기업을 앞지른 경험담을 소개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모든 전자제품에 쓰이는 '감초'와도 같은 인쇄회로기판(PCB)을 만드는 핵심소재인 '일렉포일(elecfoil)'(압연 방식이 아닌 전기분해를 통해 만드는 얇은 동판)을 최초로 국산화한 회사다.
그는 "1990년대 후반까지 일렉포일은 미쓰이,후루가와 등 일본 업체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국내 전자회사들은 100%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며 "기술력이 달리다 보니 일본 업체들이 질 낮은 제품을 보내와도 감지덕지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1978년 허 회장은 이동녕 서울대 공대 교수 등과 함께 일렉포일 국산화에 나섰다. 하지만 기술 개발은 쉽지 않았다. 일본업체들이 기술 이전을 해주지 않은 탓에 (일본 현지 업체 공장의) 인근 건물 옥상에 올라가 망원경으로 몰래 공장 안을 살펴보기도 했다.
그는 "일렉포일 양산을 위해 1987년과 1993년에 공장을 두 곳이나 지었는데도 불량률이 높아 공장을 가동조차 못했다"며 "하지만 1997년 3000억원을 들여 세 번째 공장을 지을 정도로 과감하게 승부를 걸었다"고 말했다.
그러기를 20년,일진머티리얼즈는 1997년 불량률을 최소화한 일렉포일 개발에 성공했다. 90%의 수율로 일본제품과 품질은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가격은 30%나 싸게 만들어냈다. 국내외에서 주문이 밀려든 것은 당연한 일.1999년 600억원 남짓이었던 매출은 올해 400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현재 일진머티리얼즈는 일렉포일 분야 시장점유율이 미쓰이에 이어 전 세계 2위에 올라 있다.
허 회장은 "일렉포일 국산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벤처정신"이라며 "모두가 부품 · 소재 분야는 돈이 많이 들고 리스크도 크다고 꺼리지만 끊임없는 투자와 기술 개발만 한다면 충분히 일본 기업을 앞설 수 있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강연이 끝난 뒤 기자와 만나 일진그룹의 중 · 장기 비전을 부품 · 소재산업 전문화에서 찾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회사들은 매출 1조원을 넘기기까지 보통 30년가량 걸리는데 일진그룹은 40년이 걸렸다"며 "부품 · 소재 분야 성장 속도가 좀 느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길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일진그룹 경영전망에 대해 "올해 그룹매출은 2조1000억원,영업이익은 1800억원 정도 될 것"이라며 "2년 뒤에는 매출 3조원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른 기업을 인수 · 합병(M&A)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항상 생각하고 있다"며 "좋은 기업이 있으면 언제든 M&A에 나설 것"이라고 답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