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올해부터 계열사 전 임원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집중력,대인관계 스트레스 정도부터 잠은 잘 자는지까지 두루 점검한다는 것이다. 임원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지만 당사자에겐 그런 테스트를 받는다는 사실이 또 하나의 스트레스일지 모른다.

봉급쟁이의 꿈이라는 중역도 막상 되고 나면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라고들 한다. 실적도 실적이요,회사 안팎의 인간관계 및 수시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수많은 사안 앞에서 가슴이 답답해지곤 한다는 얘기다. 어떻게 하면 이런 부담을 덜고 뛰어난 중역이 될 것인가.

피터 드러커(1909~2005)의 《자기경영 노트(The Effective Executive)》는 이런 고민에 휩싸인 중역은 물론 부장과 팀장 등 임원을 바라보는 모든 간부를 위한 안내서다. '20세기 최고의 경영 그루'로 불리는 드러커는 이 책에서 임원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효율성이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이며 그 힘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실천력이라고 주장한다. 지능 · 지식 · 상상력 · 근면성을 모두 갖췄어도 실행능력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지적이다. "머리 좋은 사람이 종종 창조성과 혼동하는 열정과 분방함 속에 빠져 있는 동안 누군가는 동화 속 거북이처럼 한 발 한 발 나아가 목표지점에 먼저 도달한다. "

구구단처럼 연습과 반복을 통해 익혀야 한다는 실행력의 요소는 다섯 가지다. 시간 관리,공헌하는 법,강점 활용법,일의 우선순위 정하는 법,의사 결정법 등.시간 관리를 첫 번째로 꼽은 이유는 간단하다. 시간은 저장과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것.그러니 꼭 필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가능하면 아랫사람에게 권한을 이양하고 거절하는 법도 배우라고 이른다.

두 번째는 공헌하는 법을 익히는 건데 그러자면 조직의 목표에 맞춰 자신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만은 지식의 아름다움과 유효성을 갉아먹는 퇴행성 질병'이란 말과 함께 예로 든 미국 정부 산하 과학연구소의 일은 가슴을 친다.

"평범하던 출판국장 후임으로 일류 과학기자가 온 뒤 간행물은 전문지다운 냄새가 물씬 풍겼지만 과학자들은 구독을 중단했다. 원인은 단순했다. '과거 출판국장은 우리를 위해 글을 썼는데 새 국장은 우리에게 글을 쓰고 있다. '"

세 번째 강점 활용법은 인사에 관한 내용이다. 모든 걸 다 잘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을 쓸 땐'그가 뭘 못하는가'가 아니라'뭘 잘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 우선순위 정하기에선 다섯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미래를 보라,문제보다 기회에 초점을 맞춰라,독자적 방향을 택하라,인기에 편승하지 마라,뚜렷한 차이를 낼 목표를 노려라.'이런 팁도 있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필요한 건 이성적 분석이 아니라 용기다. '

끝으로 의사결정 시 고려해야 하는 사항 또한 앞에 적시한 내용들처럼 봉급쟁이 누구라도 기억해야 할 자기경영 노트임에 틀림없다. '문제의 성격을 알고,실행방법을 구체화하고,피드백하고,아무리 마음에 안 드는 반대의견이라도 귀를 기울여보라.'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