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정부가 영화촬영지 유치를 위해 노동법까지 바꾸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존 키 뉴질랜드 총리가 영화 '호빗' 제작사인 미국 워너브러더스 경영진과의 협상 끝에 뉴질랜드에서 영화를 촬영할 수 있도록 노동법 개정에 나설 예정이라고 28일 보도했다.

호빗은 '반지의 제왕'을 만든 뉴질랜드 영화감독 피터 잭슨의 후속작으로 6억7000만달러(약 7537억원)가 투입되며 2012년 개봉할 예정이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뉴질랜드에서 찍기로 돼 있었으나 뉴질랜드의 배우 노조가 제작사에 정식 고용을 요구하자 제작사는 촬영지를 다른 나라로 옮기겠다고 맞서며 갈등을 빚어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노동법을 개정해 영화 제작사가 영화인들을 계약직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또 호빗 제작에 최고 3400만뉴질랜드달러(286억원)의 세금 감면 혜택에다 영화 마케팅 비용 1340만뉴질랜드달러(113억원)까지 부담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호빗 시리즈 두 편의 성공 여부에 따라 편당 각각 1000만뉴질랜드달러 규모의 추가 세금 감면 혜택도 줄 방침이다. 뉴질랜드 정부의 호빗 제작 부담금은 1억뉴질랜드달러에 달한다.

대신 마케팅 영상이나 호빗 DVD에 뉴질랜드를 홍보하는 내용이 들어간다. 키 총리는 "영화촬영지로 유명해지면 관광수입이 느는 것은 물론 수천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만큼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FT는 반지의 제왕 개봉 이후 뉴질랜드 관광수입이 10% 이상 늘어났다고 전했다.

앞으로 뉴질랜드에서 찍는 모든 대형 영화는 더 많은 세금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빌 잉글리시 뉴질랜드 재무장관은 "현행 15%인 세금 감면 혜택을 확대하고 전반적인 영화산업 지원 방안도 찾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산업에 대한 세금 감면은 프랑스와 헝가리가 20% 선이고 아일랜드는 28% 수준이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