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제주도에서는 '고용보호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주제로 한국노동경제학회가 주최한 국제 콘퍼런스가 열렸다. 근로자 고용보호가 일자리 창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주려면 고용보호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 국내는 물론 유럽과 아시아 각국에서 온 학자와 전문가들이 그간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대안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우선 고용보호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명확하지 않다는 데 동의했다. 그 까닭은 고용보호가 근로자의 해고를 막음으로써 실업을 감소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동시에 신규 채용을 억제해 실업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론적으로는 불확실하지만 기업별 데이터를 이용한 실증연구들에 따르면 고용보호는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참석자들은 말했다. 그리고 국가별 비교연구 결과는 고용보호가 특히 청년실업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정규직 고용보호로 노동시장 경직성이 심화되자 이에 대응해 지난 20년간 세계 각국이 취한 정책적 흐름은 임시계약직에 대한 규제를 푸는 것이었다. 임시직에 대한 기간제한을 풀고 적용범위도 넓혔다. 또한 근로자 파견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 파견시장을 활성화시켰다. 그 결과 일자리가 증가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부정적 결과도 나타났다. 정규직과 임시직의 격차가 확대되고 불경기에는 임시직이 대량 해고당하는 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는 근로자를 해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청년 일자리를 없애는 등 경직성에 따른 부정적 효과도 있다. 이런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해 각국은 임시직을 유연하게 쓰는 쪽으로 제도를 변화시켜 왔는데 이 또한 정규직 · 임시직 간 이중구조화라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참석자들은 크게 두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유럽에서 온 학자들은 이중구조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정규직과 임시직의 간극을 좁히려면 정규직의 과보호를 낮추든지 임시직의 보호를 높이면 되는데 임시직 보호를 높인다면 경직성의 부정적 효과만 오히려 증폭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정규직 과보호를 낮추는 것은 고용창출과 양극화 해소에 동시에 기여한다.

한편 도쿄대의 겐다 교수는 '준정규직(quasi-regular workers)'을 육성하는 방식의 노동시장 다극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즉 정규직과 임시직 사이에 준정규직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준정규직이란 계약기간이 정해진 임시직이되 계약연장을 자유롭게 허용해 장기고용이 가능한 근무형태를 말한다. 겐다 교수에 따르면 계약의 반복갱신 허용은 임시직의 정규직 전환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근로자에게도 도움이 되고 기업으로서도 근로자에 대한 확신이 설 때까지는 계약직으로 두면서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보호 제도의 세계적 흐름과 각국 전문가들의 대안에 비춰볼 때 우리 현실은 국제추세와 너무 동떨어져 있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정규직 과보호는 세계 상위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낮추자는 건 말도 못 꺼내고 있는 실정이다. 또 각국의 임시직 규제 완화와는 정반대로 우리는 계약기간조차 2년으로 제한함으로써 준정규직 활성화는커녕 기왕에 존재하던 준정규직조차 싹을 잘라버렸다. 이제 우리도 정규직 과보호를 철폐하든지,계약직 기간 제한을 풀어 준정규직을 허용하든지 둘 중 하나라도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일자리가 생긴다.

남성일 < 서강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