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기업 사정(司正)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수사 또한 장기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한화그룹을 비롯한 태광그룹, C&그룹 등이 비자금 조성과 정 · 관계 로비 의혹 등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고 어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40억원대 금품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기업의 잘못된 관행과 불법행위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정직하고 열심히 일하는 기업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법적 조치는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 기업수사가 혐의를 뚜렷하게 밝혀내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면서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워지고 대외신인도도 크게 손상되는 등 부작용 또한 커지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지난 9월 초부터 수사를 받아 온 한화그룹은 검찰이 다섯 차례나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경영에 심각한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수사대상 기업이 늘면서 기획사정설과 내사설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른 기업들도 언제 자신에게 불똥이 튈지 몰라 일손을 놓은 채 전전긍긍하는 곳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지금은 기업들에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환율 불안과 세계경제 회복세 둔화 등 대외 경제 여건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사가 마냥 시간만 끌면서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검찰은 이런 식의 동시다발 기업수사가 재계를 지나치게 위축시키지는 않는지, 그리고 수사의 효율성을 떨어뜨리지는 않는지 한번 돌아봐야 한다. 자칫 일을 벌려만 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서 기업의 피해만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에 하는 지적이다. 실제 G20 서울정상회의 이전에 수사를 매듭지으려던 검찰도 생각만큼 진척되지 않아 내심 당황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검찰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보다 속도를 높여 하루빨리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