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그룹의 로비 ·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표면적으로는 그룹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소규모 회사들에서 '수상한' 돈의 흐름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임병석 회장(49)이 작은 기업 여러 곳을 사실상 '차명 회사'로 활용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돈세탁을 했다는 증거를 잡고 압수수색이나 관계자 소환 등 전방위 수사에 나선 상태다.

검찰은 대구 침산동 소재 부동산 개발회사인 남부IND가 사실상 C&우방의 위장 계열사라는 사실에 주목해 조만간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할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남부IND는 직원 4명에 연간 매출이 1억원도 안 되는 작은 회사로 자본잠식 상태여서 2008년부터 휴업 중이지만 C&우방,C&우방랜드,C&구조조정유한회사 등 C&그룹 계열사로부터 2006년 411억원,2007년 613억원,2008년 169억원 등 모두 1200억원대에 달하는 거액을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남부IND에 C&우방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그룹 재무담당자와 남부IND 직원들을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검찰이 지난 27일 압수수색한 광양예선도 임 회장에게 직접 경영보고를 하고 지시를 받는 등 사실상 그룹 소속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광양예선의 사실상 대표이사를 맡았던 정모씨(49)는 최근 회사에 대한 퇴직금 소송 재판에서 "임 회장 또는 비서실 직원에게 수시로 피고 회사의 경영에 관한 보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임 회장이 서울 강남에서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D일식집 경영에 관한 업무도 담당하면서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양예선은 2004년 임 회장의 형 임병환씨가 인수한 회사로 별도의 비자금을 조성,관리한 위장계열사인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또 D일식집이 C&그룹의 외부 인사 접대장소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도원/이고운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