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엔 필수
英BT 임직원 87% 스마트 워크…170國서 24시간 365일 서비스
성공위한 조건은
근무시간보다 성과가 우선…직원 업무능력의 평준화 중요
한국에서 통할까
사생활 보호위해 公私 구분해야 "일하지 않을 땐 전화기 끄라"
지난 28일 진행된 글로벌 인재포럼의 특별세션 '스마트 워크,스마트 HR'은 최근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스마트 워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시간이었다. 스마트 워크란 전통적인 사무실 근무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업무 개념을 포괄하고 있다. 모바일 오피스,영상회의 시스템 등을 활용하는 원격근무,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 등이 포함된다.
이날 세션에서 캐롤라인 워터스 브리티시텔레콤(BT) 디렉터와 클레어 무히딘 타워스왓슨 아시아태평양 인사조직 컨설팅 대표는 스마트 워크를 도입하기 위해 어떤 전략과 인사정책이 필요한지를 발표했다. 워터스 디렉터는 "스마트 워크가 성공하려면 매니저와 직원 간 신뢰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며 "업무 성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정된 미래
워터스 디렉터는 'BT의 스마트 워크를 통한 변화'를 주제로 1993년부터 스마트 워크를 실시하고 있는 BT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현재 BT는 재택근무자만 1만명가량 있고 매니저급의 직원들도 유연하게 근무 시간을 조정한다"며 "1주일에 4일만 근무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워터스 디렉터는 BT가 스마트 워크 제도를 도입한 것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필연적 선택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BT는 170개국에서 24시간 365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사업 규모만큼 직원 수도 많기 때문에 이들 인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BT는 전체 임직원 가운데 87%가 원격 근무를 활용한다. 이를 통해 사무실 공간을 크게 줄여 매년 9억5000만달러를 아끼고 있다.
무히딘 대표는 직원들을 대하는 경영진의 태도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노동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밀레니엄 세대(1980년 이후 출생한 직장인)는 자신의 업무능력을 알아주고 성과에 대해 제대로 보상받아야 한다는 욕구가 유달리 강하다"며 "직원들을 회사의 투자자로 생각하고 그들의 각기 다른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경영진이 훌륭한 인재를 회사로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워크를 위한 조건
스마트 워크를 시행하기 위해 먼저 갖춰야 할 조건들도 소개됐다. 직접 얼굴을 보고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회사와 직원 간 업무 범위에 대한 정확한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김 부사장은 "몇 시간 일했느냐보다 얼마만큼 성과를 이뤄냈느냐가 중요하다"며 "단순히 시간 단위로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했다.
무히딘 대표는 원격근무를 하기 위해선 직원들의 업무 능력이 비슷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마트 워크는 어깨 너머로 상사의 일을 보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순전히 개인적인 공간에서 일을 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통할까
이날 사회를 맡은 김홍진 KT 부사장은 집단주의 분위기가 강한 한국에서 스마트 워크가 과연 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구성원 간의 결속력이 강한 문화적 성향을 감안하면 따로 떨어져서 일을 할 경우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워터스 디렉터는 이에 대해 "BT의 경우 해외 지사에 있는 직원들과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직원에겐 얼마든지 출장을 가라고 한다"며 "스마트 워크를 극단적으로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면해서 일하는 방법과 스마트 워크 사이에 최적의 콤비네이션을 만들자고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