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의 반얀트리호텔 오아시스에서는 최근 케니지의 색소폰 연주가 울려퍼졌다. 미국 패션브랜드 게스의 폴 마르시아노 회장(58 · 사진)이 20년지기 친구인 세계적 색소폰 연주가 케니지와 함께 방한,게스코리아와 협력업체 및 직원들을 위해 마련한 '게스코리아 케니지와 함께 하는 가을 색소폰의 밤' 행사였다. 전 세계 87개 진출국 가운데 마르시아노 회장이 이렇게 직접 행사를 주관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서울 삼성동 게스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마르시아노 회장은 "한국은 2007년 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라이선싱'에서 '직진출'로 전환한 나라"라면서 "연평균 45%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일 국가로는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으며,브랜드 본거지인 미국 다음으로 큰 매출(올해 1700억원 예상)을 올렸다. 또 한국 협력업체에서 만든 청바지 가방 신발 가운데 400억원 상당을 아시아 다른 지역에 역수출하고 있다.

마르시아노 회장은 매년 3~4번씩 한국을 찾는다. 일본의 도쿄 대신 서울에 와서 젊은이들의 최신 패션 트렌드와 시장동향을 살핀다. 그는 "워낙 트렌드도 급변하고 까다로운 시장이다 보니 당시 직진출을 제안했을 때 주변의 반대가 심했다"며 "지금은 게스코리아를 통해 쌓은 노하우가 중국 싱가포르 필리핀 등 다른 아시아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마르시아노 회장은 4형제 가운데 막내로 형들과 MGA라는 청바지 가게를 운영하다 29년 전 게스를 론칭한 창업주다. 그는 "공장에서 청바지 제품을 만들려면 최소 2000장 이상 생산하는데 8개뿐인 매장에서 물량을 소화할 수 없었다"며 "재고 처리 차원에서 블루밍데일과 메이시스백화점에 내놨는데 2시간 만에 24장 팔리더니 1주일에 400장,2주 만에 2000장을 팔아 청바지 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당시 사정을 소개했다.

게스라는 이름도 맥도날드 햄버거 광고판에서 따온 것이다. 당시 맥도날드가 햄버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커다란 간판을 내걸었는데,광고문구였던 '게스 왓 이즈 인 뉴맥(guess what is in new MAC)?'이란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지적이다.

올해 게스의 글로벌 매출 예상 규모는 5조6000억원.다양한 라인 확장을 통해 향후 5년 내 두 배로 키워낸다는 게 그의 목표다. 마르시아노 회장은 "게스는 단순히 청바지 브랜드가 아니라 의류를 포함해 핸드백,신발,향수,선글라스,언더웨어,향수,시계 등을 내놓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고 강조했다.

마르시아노 회장은 "1997년부터 지켜본 한국의 패션산업은 매우 역동적이고 혁신적으로 변화해가고 있다"며 "게스코리아는 내년에 아메리칸 멀티 캐주얼 'G바이 게스'를 새로 선보이는 등 다양한 라인을 통해 향후 3~4년 안에 연간 매출이 4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