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산업생산 증가율이 11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뚝 떨어지는 등 경제 회복세가 둔화되는 조짐이 뚜렷하다. 앞으로의 경기 흐름을 예고하는 선행지수에 이어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도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정부는 추석 연휴와 기상 악화 등 계절적 요인 탓이 컸다고 하지만 경기 회복세가 본격 둔화되는 변곡점에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생산 · 소비 · 투자 모두 부진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9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생산 소비 투자 등 전 부문의 지표가 감소했거나 증가 폭이 크게 축소됐다. 광공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9%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지난해 10월(0.2%)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전월 대비로는 0.4% 줄었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0.7% 하락,11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4.5% 늘어 8월(9.3%)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고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3.6% 감소했다. 소비 위축으로 제품 출하는 줄고 재고가 쌓이는 경기침체기의 모습도 나타났다.

정부는 기상여건과 추석의 영향으로 지표가 부진하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우선 광공업 생산이 전달보다 감소한 것은 지난 여름 폭염으로 8월 에어컨 생산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에어컨 생산이 8월 50.4%나 증가한 탓에 9월에는 41.2%나 감소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태풍과 집중호우로 음식업 및 도소매업 매출이 줄었다고 진단했다.

작년에 10월이었던 추석이 올해는 9월이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정규돈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기상여건과 명절의 영향을 제외하고 계산하면 전년 동월 대비 광공업 생산 증가율이 10.7%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동행지수 하락…경기둔화 뚜렷

경기 회복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나타난 일시적 조정이라는 정부 시각과 달리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경기선행지수에 이어 동행지수까지 하락한 것은 본격적인 경기 둔화가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9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4.9%로 전월보다 1.0%포인트 떨어져 9개월 연속 하락했고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전달보다 0.8포인트 떨어지면서 2개월째 하락했다.

반도체 자동차 등 업황이 좋은 일부 업종을 제외한 산업생산은 이미 6월을 정점으로 하락세에 들어섰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세계 경제도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수출 전망이 밝지 않고 환율전쟁 등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도 사라지지 않았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금과 같은 둔화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동행지수 하락 폭이 8월 0.1포인트에서 9월 0.8포인트로 커진 데서 경기 둔화 조짐을 확인할 수 있다"며 "정부는 경기 하강이 깊고 길게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다음 달 업황 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2로 지난 2월 전망치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