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세가 둔화되는 모습이 완연하다. 산업생산이 11개월 만에 한자릿수 증가에 그쳤고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두 달 연속 하락세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또한 지난해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무른 상황임을 감안하면 경기가 상승 국면에서 하강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9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광공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9% 늘었지만 전월에 비해선 0.4%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감률이 15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긴 했어도 그 동안의 증가율이 10~30%대에 달했던 것에 비해 증가세가 대폭 꺾였다. 한자릿수 증가에 그친 것은 지난해 10월(0.2%)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전월 대비로도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기선행지수 역시 9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경기동행지수는 2개월 연속 하락세다.

정부는 "9월 산업생산 부진은 기상요인과 추석 연휴에 따른 일시적 둔화일 가능성이 높다"며 "10월에는 수출 내수가 견조하게 증가하며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여전히 낙관적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3분기 실질GDP 속보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5%, 전기보다 0.7% 증가하는 데 그친 형편인 만큼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를 감추기 힘든 게 사실이다. 상반기의 높은 성장률 덕분에 올 연간성장률이 6% 이상을 유지한다 해도 향후 전망이 그리 좋은 편이 못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하반기 이후 경기가 둔화 추세를 보일 것이란 점은 이미 예견되기는 했었다. 그렇더라도 최근의 각종 지표 상황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경기가 식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마음을 놓기 어렵다. 더구나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가 아직도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추가 양적 완화정책을 펴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심각한 형편이어서 불안감이 더욱 크다. 수출이 우리 경제를 이끄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고 보면 해외시장의 침체가 우리 경기회복의 큰 걸림돌이 될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정부 · 여당은 낙관적 전망에만 매달리고 있을 게 아니라 경기 하강 속도가 빨라질 것에 대비해 만반의 태세를 갖춰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매몰돼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 정책의 철회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기업들 또한 환율하락(원화 가치 상승)세가 장기화될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경쟁력 강화 활동에 매진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