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만큼 지난 10년간 경제정책 중 논란이 지속돼온 것은 없는 듯하다. 김대중 정부나 참여정부 때도 그랬지만 감세를 실행에 옮긴 현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감세정책의 철회를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여권 내부에서 나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정책이 그렇지만 감세도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영향이 공존한다. 8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진단과 처방으로 신고전학파가 득세한 이후 감세는 선진국들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돼온 정책이다. 감세를 통해 커진 구매력으로 내수를 진작하고 늘어난 저축으로 자본을 축적해 생산과 투자를 동시에 증대시킬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감세의 효과는 금방 나타나지 않지만 감세로 인한 조세수입의 감소는 당장 나타난다.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게 더 눈에 띄는 것이다. 감세의 긍정적인 효과도 단기가 아닌 중장기적으로 기대해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론이다. 감세에 대한 논쟁이 아직 학계에서 진행 중인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세의 이론적 입지는 단단하다. 감세로 줄어든 조세수입은 증대된 경제활동으로 다시 늘어나게 된다는 선순환이론에서부터 교육과 저축을 통한 인적 · 물적자본의 축적이 성장잠재력을 강화시킨다는 성장이론까지 다양한 학설이 있다. 특히 정부가 빚을 내서라도 복지를 늘리고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케인시안적인 정책이 재정여건상 항상 허용될 수는 없다는 현실인식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결국 긍정과 부정의 양면이 존재하는 경제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려면 일관성이 중요하다.

다른 나라의 예를 찾을 것도 없이 80년대 우리의 안정화 정책이 달성한 놀라운 성과도 정책의 일관성이 지켜진 결과라고 평가된다.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정부가 일관성을 통해 시장에 예측가능성을 높여주는 것 이상의 정책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감세와 같이 중장기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해진다. 만약 지금 감세정책을 폐지하고 세율을 원위치시킨다면 결국 정책의 일관성은 상실되고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질 것이며 정부는 감세 3년 동안의 조세수입만 허공에 날린 결과가 되기 쉽다. 따라서 기존의 감세기조를 유지하고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현재 투자가 부진한 이유가 기업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는 데에 있는 만큼 법인세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우리 기업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은 이미 참여정부 시절부터 지적돼온 사실이다. 이를 모르고 감세를 추진했다면 정부 여당의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고 알고도 추진했다면 새삼 감세를 철회할 이유가 될 수 없다. 법인세 감세가 투자증대에 유인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신고전학파 투자이론이 훌륭히 설명해준다.

대신 또 다른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법인소득세의 감세는 유지하되 개인소득세의 감세는 폐지하자는 주장은 검토해볼 만하다고 생각된다. 경제환경을 감안할 때 개인소득세의 감세가 유럽에서처럼 우수 인력 유치나 내수증대 같은 효과를 가져 오기는 쉽지 않다. 개인소득세의 감세가 부자감세 논란을 키워왔다는 점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원래 감세란 조세수입을 포기하는 대가로 추진되는 정책이다. 따라서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선 정부 역할과 규모의 축소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금융위기 등 여러 이유로 세출 및 정부축소 작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현 정부는 재정건전성 악화의 구조적 요인을 안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는 세출 효율화와 공공부문 정비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만 할 것이다.

임주영 <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