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사태가 변곡점을 맞았다. 라응찬 회장이 지난 주말 대표이사 회장에서 물러나고 회장 직무대행으로 류시열 비상근 사내이사가 선임됐다. 또 사태 수습과 새로운 지배구조를 모색할 특별위원회가 발족됐다. 특위는 라 회장과 신상훈 사장,이백순 행장 등을 제외한 8명의 사외이사와 류 직무대행으로 구성됐다. 신 사장이 직무정지된 데 이어 라 회장도 물러남에 따라 특위의 책임이 어느 때보다 막중해진 것이다. 특위는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며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차기 경영진을 선임하기 위한 준비를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

지금 신한금융은 만신창이다. 시장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임직원들 간에도 갈등이 표출돼 신한 특유의 경쟁력이 훼손될 위기에 빠졌다. 게다가 라 회장이 회장직을 내놓았지만 내년 3월 주총때까지 이사 자리를 유지하고,검찰 고발을 주도한 이 행장도 현직을 지키기로 해 새 회장 선임을 놓고 갈등을 빚을 소지를 배제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의 라 회장 차명계좌 운영에 대한 중징계,경영진 3명에 대한 검찰 수사 및 금융감독원의 종합 검사 결과에 따라 또 한번 폭풍이 몰아칠 가능성도 높다.

결국 특위가 무게 중심을 잡고 조직 안정을 위한 비상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첩경은 특정 세력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신한의 미래를 열어갈 차기 경영진 후보를 찾는 일이다. 라 회장 후임 선정은 주총과 이사회의 몫이지만 선정 방식은 특위가 결정하는 만큼 외부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독립성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류 직무대행의 공정한 업무처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조직 이기주의에 함몰되지 않으면서도 직원 및 주주 고객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위와 류 직무대행이 신속하게 사태를 수습하지 못할 경우 정부 개입의 빌미만 제공할 뿐이다. 그럴 경우 신한이 30년 가까이 유지해온 전통과 문화가 깨지고 정부 역시 관치 논란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 감독 당국은 이번 사태로 드러난 조직 운영체계의 심각한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관련자들을 엄중하게 문책하되 경영진 구성은 자율에 맡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