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젊고 창의적인 리더론'을 다시 강조했다.

이 회장은 멕시코 출장을 마치고 지난 30일 전용기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모든 리더는 그야말로 리더십이 있어야 하고 창의력도 있어야 하며,21세기 문화에 빨리 적응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말 쇄신 인사를 뜻하느냐는 질문에는 "큰 폭이라기보다는… 21세기는 세상이 빨리 바뀐다. 그러니 판단을 빨리 해야 한다. 늙은 사람보다는 젊은 사람에게 맞다"고 대답했다. 전략기획실 복원에 대해서는 "그건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아카풀코에서 열린 세계국가올림픽총연합회(ANOC)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2일 출국하면서 "어느 시대든 조직은 젊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에서 한 발 나아갔다는 게 삼성 안팎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단순히 세대교체를 뜻하는 게 아니라 100년 기업 삼성을 위한 구체적 방향을 제시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젊음,창의,변화적응력을 중심으로 삼성의 체질 변화를 주문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를 통해서만 '1세대 관리의 삼성 50년,2세대 전략의 삼성 20년'을 지나 '제3세대,창의의 삼성 30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관측이다.

이 회장이 말한 '젊음'의 의미는 변화적응력이라는 게 삼성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창의적 사고는 이런 변화에 적응하고 변화를 선도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게 이 회장의 생각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변화의 의미에 대해 이 회장이 "21세기 문화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경영환경이나 고객이 아닌 문화라는 복합적 의미의 단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문화는 주로 젊은 세대가 만들어 내며 경영자가 이들의 문화를 이해해야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지론이라고 삼성 관계자는 전했다.

삼성 내부적으로도 마찬가지다. 18만 임직원의 평균 연령은 올해 32.8세다. 전체 직원의 절반가량이 디지털네이티브로 불리는 세대다. 삼성 관계자는 "미래 주역인 이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삼성의 미래는 없다는 게 이 회장의 평소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이날 언급에는 젊은 세대와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감각을 갖추지 못하면 경영자 대열에서 탈락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일종의 '경고'가 들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회장이 입국장에서 기자들과 주고받은 짧은 문답에서 '21세기'란 말을 두 번 사용한 것도 곱씹을 만하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 앞에 놓인 시대의 커다란 변화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고 전했다.

김용준/김현예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