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에 이미 합의한 상태에서 배우자가 숨겨 놓은 재산을 발견했다면 다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임채웅)는 A씨(60)가 부인 B씨(55)를 상대로 제기한 재산분할 청구에서 B씨는 A씨에게 1억9500여만원을 지급하도록 심판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 부부가 재산분할 합의를 하며 더 이상의 청구는 하지 않기로 약정했지만,당시 A씨는 부인 명의의 땅과 금융자산이 또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상태였다"며 "A씨가 나중에 발견된 재산청구권까지 포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분할 대상인지 전혀 고려되지 않았던 자산이 재판 확정 후에 새로 발견됐다면 나눠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며 "추가 청구를 포기하기로 약정했더라도 그 효력은 당시 분할 대상으로 예측할 수 있었던 재산에만 한정된다"고 덧붙였다.

1993년 결혼한 A씨 부부는 2008년 재판을 거쳐 이혼에 합의했다. 이혼 조정 당시 50 대 50으로 재산을 분할하기로 했고 이후에도 별도의 금전적 청구를 하지 않기로 약정했다. 그러나 얼마 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A씨가 재산등록이 필요한 보직을 받게 돼 재산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부인 B씨 명의의 상가와 밭,7000만원 상당의 주식과 예수금을 발견했다. 이에 A씨는 '새로 발견된 재산도 나눠야 한다'며 추가 분할을 청구했고 이에 B씨도 남편을 상대로 퇴직금 등을 요구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