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개헌논의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개헌과제는 시대적 임무"라며 개헌논의에 계속 군불을 지피고 있는 가운데 손학규 민주당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등 차기 예비주자들이 찬성 또는 반대 소신을 잇달아 밝히고 있어서다. 정치권에서는 11,12일 열리는 'G20 서울정상회의' 직후 본격화될 개헌논의가 최종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특임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 국감에 출석,"개헌은 국회에서 논의하고 여야간 합의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지만 논의의 틀과 계기는 특임장관이 만들 수 있는 것이고 정치적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특별임무'를 받았느냐는 질의에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최소한의 공감대 아래 이 장관이 총대를 멘 것으로 보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소신"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도 개헌논의에 가세했다. 오 시장은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어떤 형태로든 헌법을 한번 손보는 것은 필요하다"며 "대통령 임기 중간쯤에 이뤄지는 국회의원 선거가 한참 일하는 대통령의 힘을 빼놓는 결과가 반복되고 있는데 다음 정권쯤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개헌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개헌 필요성은 인정하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침묵이라는 분석이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개헌여부를 떠나 박 대표가 언급한 순간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민주당은 부정적이다. 손 대표는 31일 "개헌논의야말로 정치인을 위한 정치놀음으로 개헌논의를 하자는 사람들은 개헌 그 자체가 아니라 정치적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의도"라며 거듭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앞서 손 대표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개헌을 한다면 대권주자들이 약속을 해서 차기 정부 초반에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개헌 논의에 쐐기를 박겠다는 강한 의지표현이다.

이 같은 정치권의 개헌논의를 두고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개헌은 국민적 요구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인데 국민의 요구가 없는데 정치권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며 "이제 집권 후반기인데 현 정부에서 어떻게 개헌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