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시중은행의 아파트 집단대출 과당 경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은행들이 신규로 집단대출을 받는 사람들에게 사상 처음으로 연 4% 미만의 금리를 적용하는 등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담당 부행장들을 소집해 집단대출 경쟁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당국은 은행들이 집단대출 시장에서 집중적으로 대출 늘리기에 들어간 것을 출혈 경쟁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 부행장들을 불러 대출 금리를 너무 낮게 책정하면 역마진이 발생하는 등 부실화 우려가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집단대출은 신규 분양한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에게 은행이 중도금이나 잔금 대출을 해주는 주택담보대출의 일종이다.

한국은행의 '9월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자료에 따르면 은행들의 9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8%였고 이 중 집단대출 금리는 연 4.48%로 2004년 10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았다. 집단대출 금리는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지난달 중순 연 3.99%까지 떨어졌다.

은행들이 주택담보 집단대출 시장에서 과당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하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풀기로 했지만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일반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