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신용카드 결제시스템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올 상반기까지 1억1000만장이 발급됐다. 경제활동인구 1명당 4.4장의 카드를 갖고 있다. 카드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가맹점은 전국에 160만여곳이나 된다. 이제는 카드가 없으면 외출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처럼 현대인의 필수품이 돼 버린 신용카드는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신용카드의 유래

1950년 미국의 사업가인 프란시스 맥나마라는 뉴욕의 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다가 지갑을 두고 와 낭패를 겪었다. 그 후 자신과 유사한 경험을 한 동료들이 많다는 사실에 착안해 현금 없이 신용도를 보이는 것만으로 결제를 대신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세계 최초의 신용카드사인 다이너스 클럽(Diners Club)은 이렇게 만들어 졌다.

우리나라에서는 1969년 신세계 백화점이 고객카드(customer card)를 처음 발급했다. 1978년엔 외환은행이 비자카드와의 제휴를 통해 해외여행자를 대상으로 신용카드를 발급했다. 이것을 최초의 신용카드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카드사들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회원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회원들을 적극 모집해 왔다. 한때 국내 카드사들은 본업인 신용판매보다는 현금대출에 비중을 둬 영업을 한 결과 신용카드 연체율이 28%까지 치솟아 2003년에는 유동성위기를 초래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카드업계는 과거와 달리 매우 안정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80%에 육박하는 신용판매 위주의 영업과 1%대의 낮은 연체율,30%를 넘는 높은 조정자기자본비율 등이 그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또한 감독당국에서도 카드사들의 현금대출액이 신용판매액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충당금 적립기준과 회원모집기준 등을 강화해 과거의 유동성위기 재발방지에 힘쓰고 있다.

◆카드 종류별 사용법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카드는 크게 신용카드,체크카드,직불카드,선불카드로 구분할 수 있다. 이들 카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신용구매를 할 수 있는지 여부에 있다. 신용카드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현금이 없어도 신용으로 물품을 일시불 또는 할부로 구매할 수 있다(신용구매).반면 체크카드와 직불카드는 신용이 아닌 통장잔액 내에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체크카드와 직불카드는 기능이 비슷한 것 같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체크카드의 경우 모든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직불카드는 직불카드 가맹점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직불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 가맹점의 10% 수준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사용시간도 제한돼 있어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선불카드는 사용대금을 미리 충전해 두고 그 한도만큼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말한다. 기프트카드가 대표적이다. 과거 선물용으로 백화점 상품권이 인기였으나 요즘에는 오히려 기프트카드가 선호되고 있다. 백화점 상품권은 해당 백화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나 기프트카드는 모든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프트카드는 사용 전 발급카드사 홈페이지에 등록하면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상품이다. 일부 대형백화점에서는 자사 상품권 시장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기프트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있으나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와 가맹점약관 위배 소지도 있어 백화점도 기프트카드 결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는 연말정산 때 체크카드의 소득공제율을 신용카드보다 높여 체크카드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신용카드는 연간 총급여의 25%를 초과하는 사용금액 중 20%가 공제된다. 반면 체크카드는 25%의 공제율이 적용된다. 그러나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와 달리 통장잔액 내에서 일시불 구매만 가능하고 할부구매나 현금서비스 등을 받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직장인들이 신용카드가 아닌 체크카드를 사용하기에는 다소 불편함도 있다.

◆신용카드 사용 시 주의할 점

신용카드는 편리한 결제수단인 만큼 사용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갑 속에 들어있는 현금은 애지중지하면서 정작 신용카드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신용카드는 현금보다 훨씬 소중하면서 분실하면 부정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카드를 발급받기 전에는 카드회원약관을 꼼꼼히 읽어 회원의 권익을 보호받는 게 좋다. 카드를 발급받으면 카드뒷면에 가장 먼저 서명해야 한다.

특히 절대로 남에게 빌려줘서는 안된다. 춘향이가 모진 고문 속에서도 변학도의 수청요구를 끝내 거절한 것처럼,카드의 지아비는 오직 카드회원 본인뿐이기 때문이다.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휴대폰 단문서비스(SMS)를 신청하면 카드승인내역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카드사 전화번호는 휴대폰에 저장해 놓고 분실 · 도난당한 경우에는 바로 신고해야 한다.

신용카드는 컴퓨터를 통해 거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신용카드 관련 정보를 보호하는 것도 필요하다. 신용카드사에서 제공하는 보안프로그램을 반드시 설치하고 안심클릭을 이용하며 공인인증서는 USB 등 이동식 저장장치에 보관해야 한다. 신용카드 비밀번호와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는 서로 다르게 설정하고 주기적으로 변경하는 것이 좋다. PC방 등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컴퓨터에서는 공인인증서를 이용한 전자상거래 및 금융거래 등은 가급적 삼가해야 한다.

신용카드의 대중화는 관련 범죄도 진화시키고 있다. 신용카드 위변조,타인명의 신용카드 부정사용,위장가맹점 등을 비롯해 세금탈루,타인명의 신용카드 불법발급 등 범죄가 많았다. 몇 년 전부터는 보이스피싱을 통한 관련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우편물 반송 및 카드부정발급을 가장한 우체국 사칭 혹은 신용카드가 범죄에 연루되었다며 수사기관을 사칭해 통장으로 돈을 입금하라는 사기행위가 늘어나고 있어 조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신용카드 사용법은 자신의 소득수준을 고려해 계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미리 구매할 물품을 메모한 뒤 쇼핑을 하고 가계부 작성을 통해 그날그날의 소비를 점검한다면 신용카드로 인한 과소비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김인성 여신금융협회 홍보실장 mozart@cref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