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엔화 가치 급등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빅3’의 실적은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도요타와 혼다,닛산 등 일본 3대 자동차업체들이 엔·달러 환율을 달러 당 80엔 선을 유지하면서도 실적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3월 마감되는 2010회계연도에 도요타와 혼다의 예상 순익이 각각 5300억~6000억엔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씨티그룹은 4500억~5700억엔 수준을 예상했으며,도이체방크는 세 회사가 각각 4800억엔~6350억엔의 순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고 WSJ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도요타는 자체적으로 순익 전망을 3300억엔으로 예상하고 있으며,닛산은 자체 전망치 3500억엔,혼다는 4500억엔의 순익을 예상하고 있다.스바루 차량을 제조 판매하는 후지중공업의 경우 지난 26일 예상 순익을 과거 최고치인 440억엔으로 끌어올렸다.당초 예상보다 2배 가량 늘어난 수준으로 전년의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엔고 영향에도 일본 자동차 업체의 실적이 좋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는 미국과 중국·아시아 지역의 소비 심리가 어느 정도 회복돼 이들 기업의 순익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일본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15년 만의 엔고 현상으로 크게 힘들었으나 곧바로 비용절감에 나서 충격 완화에 나섰다” 며 “환율이 정상화되고 현재의 아시아 지역의 소비 심리가 완화되면 순익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개선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엔고 현상은 일본의 산업생산을 감소시켰다.엔화 강세가 수출 기업의 성장 모멘텀을 약화시키면서 지난 9월 일본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9% 줄었다.마이너스 0.5%를 기록했던 8월보다 더 큰 폭으로 악화됐으며,전문가들의 예상치 0.6%도 밑도는 숫치다.

지난 9월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조치에도 불구하고 도요타와 혼다 등 수출 중심의 자동차업체들은 엔고 속에 고군분투했다.일본의 9월 수출 증가율은 엔화 강세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올 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2010회계연도 하반기(올 10월~2011년 3월) 사업계획에 반영하는 예상 환율을 줄줄이 재조정했다.혼다가 현행 달러당 85엔에서 80엔으로 5엔 낮췄다.도요타자동차는 이미 80엔으로 재조정 방침을 굳혔다.닛산과 미쓰비시 자동차는 하반기 환율을 달러당 90엔으로 상정하고 사업계획을 세웠지만,엔화가 80엔대 붕괴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15년 반만에 최고치를 경신하자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닛산과 미쓰비시자동차는 엔화 값이 달러 당 1엔 상승하면 영업이익이 각각 150억엔,15억엔씩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혼다의 경우 엔화 가치가 1엔 상승할 경우 영업이익은 170억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하반기 예상 환율을 85엔에서 80엔으로 5엔 낮춰 잡으면 단순 계산방식으로 반기분 영업이익에 해당하는 425억엔 증발한다.

오시다 미호 미즈호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정부의 친환경 자동차 보조금 프로그램이 만료되고 엔화 강세 지속으로 수요가 줄어들면 산업생산은 지속적으로 감소될 전망” 이라며 “하지만 자동차 업체들이 엔고에 발빠르게 대응해 실적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