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칼럼] 생즉사(生卽死) 사즉생(死卽生)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배수진(背水陣)을 친다는 말이 있다. 전쟁에서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는 곳에서 죽을 각오로 싸움에 임하면 그 전투의 승패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또한 막다른 길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 막다른 인생의 끝을 가본 사람이 살려고 마음먹을 때는 보통 사람보다 에너지가 더 강한 법이다.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생즉사(生卽死) 사즉생(死卽生). 삶과 죽음은 마음먹기 달렸다.
언젠가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궁지에 처했을 때, 모든 것이 당신에게서 등을 돌릴 때, 더 이상 한순간도 버티지 못할 것처럼 보일 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마라. 그 순간이 바로 조수가 바뀌는 시간과 장소다.”
최근 한동안 잊고 있던 H씨가 필자를 찾았다. 그는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마자 한 첫마디가 이랬다. "그때 그냥 세상을 떠났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하며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필자가 그를 처음 안지도 십 년이 넘었다. H씨는 한때는 잘 나가던 의류업체 사장으로 백화점에 납품하는 등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IMF 사태가 터지고 거래하던 백화점이 망하고 게다가 여기저기 납품했던 물품대금마저 수금이 안 돼 그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전 재산을 다 날린 것은 물론이고, 친척들 돈까지 끌어다 쓰는 통에 그의 파산은 곧 친척 집안의 파산으로 이어졌다. H씨는 단단히 실의에 빠져있었다. 서울역과 지하도를 전전하며 노숙자 생활을 한 그의 행색은 초라해 살아도 살아있는 사람 같지 않았다. 그런 그가 나를 찾아왔던 것이다.
그때 그는 주머니에 죽을 작정으로 다량의 약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나에게 들키자, 눈물을 삼키며, "이렇게 인연이라도 닿으면 죽은 뒤에라도 좋은 곳으로 천도해 갈 수 있을까 해서요.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그의 어깨를 다독거리며 일단 마음을 달랬다. 자살을 각오하고 호주머니에 약을 넣고 다닌 한 가장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웠겠는지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를 보낸 뒤, 최근에 그가 다시 나를 찾아온 것이다. 그는 너무나 달라진 모습으로 재기에 성공했다며 내 앞에서 웃으며 자기의 성공담을 늘어놓았다. 나를 만난 후, 마음을 고쳐먹고 보험설계사로 변신한 그는 채권자들 집을 찾아가 무조건 보험을 들라 강권했다 한다. 처음에 기가 막혀 하던 이들도 '당신네들이 보험을 들어야 내가 돈을 갚을게 아니냐!'는 그의 논리에 굴복했고 결국 H씨는 보험설계사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것이었다. 한 때 죽을 각오를 한 사람이 무엇이든 못하랴 하는 마음에 인생을 적극적으로 살았다고 한다.
목숨을 버리고자 했던 그가 이제는 고객의 목숨을 지키는 보험설계사가 되었고, 영업소에서도 실적이 상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하니 그의 인생도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인생지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것을 그를 통해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의 숙명(宿命)은 바꿀 수 없어도, 운명은 마음먹기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가장 비참하고 절박한 그 순간이야말로 인생을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찬스가 될 수가 있다. 인생의 끝을 맛본 사람만큼 절박함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절박함이야말로 가장 강렬한 열정의 동기다. 더 이상 실패에 대한 주저함도, 두려움도 없으니 죽기를 각오한 용기를 열정으로 바꾸면 누구보다도 성공적으로 일어설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는 반작용이라는 것이 있다. 높은 곳에 오르는 순간 바닥으로 떨어지고, 절망적인 순간에 희망이 생긴다. 자기 인생에 절망만 있을지, 아니면 희망도 있을지, 어떤 순간에 인생의 조수가 바뀔지는 다 살아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절망적일지라도 포기하지 마라. 죽을 것 같은 고통도 언젠가는 지나가게 된다. 이 세상 모든 일은 다 그렇게 지나가는 것이다. 비바람을 겪지 않고 어떻게 아름다운 무지개를 볼 수 있겠는가.
(hooam.com/whoim.kr)
☞ 차길진 칼럼 더 보기
언젠가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궁지에 처했을 때, 모든 것이 당신에게서 등을 돌릴 때, 더 이상 한순간도 버티지 못할 것처럼 보일 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마라. 그 순간이 바로 조수가 바뀌는 시간과 장소다.”
최근 한동안 잊고 있던 H씨가 필자를 찾았다. 그는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마자 한 첫마디가 이랬다. "그때 그냥 세상을 떠났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하며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필자가 그를 처음 안지도 십 년이 넘었다. H씨는 한때는 잘 나가던 의류업체 사장으로 백화점에 납품하는 등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IMF 사태가 터지고 거래하던 백화점이 망하고 게다가 여기저기 납품했던 물품대금마저 수금이 안 돼 그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전 재산을 다 날린 것은 물론이고, 친척들 돈까지 끌어다 쓰는 통에 그의 파산은 곧 친척 집안의 파산으로 이어졌다. H씨는 단단히 실의에 빠져있었다. 서울역과 지하도를 전전하며 노숙자 생활을 한 그의 행색은 초라해 살아도 살아있는 사람 같지 않았다. 그런 그가 나를 찾아왔던 것이다.
그때 그는 주머니에 죽을 작정으로 다량의 약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나에게 들키자, 눈물을 삼키며, "이렇게 인연이라도 닿으면 죽은 뒤에라도 좋은 곳으로 천도해 갈 수 있을까 해서요.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그의 어깨를 다독거리며 일단 마음을 달랬다. 자살을 각오하고 호주머니에 약을 넣고 다닌 한 가장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웠겠는지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를 보낸 뒤, 최근에 그가 다시 나를 찾아온 것이다. 그는 너무나 달라진 모습으로 재기에 성공했다며 내 앞에서 웃으며 자기의 성공담을 늘어놓았다. 나를 만난 후, 마음을 고쳐먹고 보험설계사로 변신한 그는 채권자들 집을 찾아가 무조건 보험을 들라 강권했다 한다. 처음에 기가 막혀 하던 이들도 '당신네들이 보험을 들어야 내가 돈을 갚을게 아니냐!'는 그의 논리에 굴복했고 결국 H씨는 보험설계사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것이었다. 한 때 죽을 각오를 한 사람이 무엇이든 못하랴 하는 마음에 인생을 적극적으로 살았다고 한다.
목숨을 버리고자 했던 그가 이제는 고객의 목숨을 지키는 보험설계사가 되었고, 영업소에서도 실적이 상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하니 그의 인생도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인생지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것을 그를 통해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의 숙명(宿命)은 바꿀 수 없어도, 운명은 마음먹기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가장 비참하고 절박한 그 순간이야말로 인생을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찬스가 될 수가 있다. 인생의 끝을 맛본 사람만큼 절박함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절박함이야말로 가장 강렬한 열정의 동기다. 더 이상 실패에 대한 주저함도, 두려움도 없으니 죽기를 각오한 용기를 열정으로 바꾸면 누구보다도 성공적으로 일어설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는 반작용이라는 것이 있다. 높은 곳에 오르는 순간 바닥으로 떨어지고, 절망적인 순간에 희망이 생긴다. 자기 인생에 절망만 있을지, 아니면 희망도 있을지, 어떤 순간에 인생의 조수가 바뀔지는 다 살아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절망적일지라도 포기하지 마라. 죽을 것 같은 고통도 언젠가는 지나가게 된다. 이 세상 모든 일은 다 그렇게 지나가는 것이다. 비바람을 겪지 않고 어떻게 아름다운 무지개를 볼 수 있겠는가.
(hooam.com/whoim.kr)
☞ 차길진 칼럼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