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잘못을 저지른 학생에게는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린다. 두 번 잘못을 하면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나무라거나 꾸짖고,세 번 잘못을 범했을 경우엔 출세에 영향을 주는 '악적'에 기록한다. '조선시대 학자 율곡 이이가 쓴 '학교모범(學校模範)'이란 책 내용의 일부다. 체벌을 교육의 기본 수단으로 여겼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체벌은 지금의 대학에 해당하는 성균관에도 있었다. 공부한 내용을 제대로 체득하지 못했을 경우 종아리를 때렸다. 가르칠 때도 졸거나 산만한 학생이 있으면 벌을 줬다. 과거시험에서 쓰이던 삼십절초(三十折楚)',오십절초(五十折楚)의 문장이란 말도 체벌에서 유래했다. 30자루나 50자루의 회초리가 꺾이도록 종아리를 맞고서야 얻은 뛰어난 글이라는 뜻이다. 다 큰 유생들이 바지를 걷고 종아리를 맞는 게 어색했을 법도 하지만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매를 기꺼이 수용했기에 존속했던 풍습이다.

요즘 중장년층이 학교에 다니던 1970년대만 해도 회초리와 기합은 흔한 일이었다. 수업시간에 떠들거나 딴짓을 하면 불려나가 종아리,또는 따귀를 맞았다. 성적이 떨어지거나 숙제를 안해가서 맞을 차례를 기다릴 때면 손에 땀이 나곤 했다. 겨울철 퍼렇게 언 볼을 강타당하는 것은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원산폭격''오리걸음'등을 견뎌내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시간만 지나면 다시 웃고 떠들었다. 꿈쩍도 안하고 맞은 것을 무용담처럼 늘어놓기도 했다.

서울 초 · 중 · 고교의 학생 체벌이 1일부터 전면 금지됐다. 어떤 형태든 매를 들어선 안되는 것은 물론 쪼그려 뛰기,양손 들기,운동장 돌기 등도 못하게 됐다니 체벌은 이제 추억으로 남게 될 모양이다. 원론적으로 학교 체벌을 없애는 것은 당연하다. 체벌을 통한 교육은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역기능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감정이 개입된 체벌은 학생들 마음에 깊은 상처를 준다.

그러나 교육적 목적이 분명한 사랑의 매까지 없애는 건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교권이 바닥에 떨어진 상태에서 체벌금지를 못박아 버려 교사들이 아예 학생지도의 손을 놓게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수업분위기가 더 나빠져 결국 피해는 학생들이 보게 된다는 얘기다. 방향은 옳다 해도 부작용이 간단치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