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인 제가 '성신여대 대학원'에 다닌다고 할 때 이상하게 여기는 분이 있으면 조금 불편해요. "

성신여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A씨(남)는 최근 학교 측이 '성신대'로 교명 변경을 추진하는 것이 내심 반갑다고 했다. A씨는 "교수진이 좋아 여대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출신 학교를 말할 때 가끔 민망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성신여대는 요즘 학교 이름에서 '여(女)' 자를 떼느냐 마느냐를 놓고 시끌시끌하다. 학생처장이 지난달 학교 홈페이지에 "여대(women's university)라는 표현은 구시대적 유물"이라며 '성신대'로의 교명 변경을 공론화했다.

학교 측은 "대학원에서 이미 많은 남학생들이 학위를 받고 있다"는 점도 추진 배경으로 들고 있다. 전국 4년제 여자대학 7곳의 대학원에는 성신여대 40명을 포함해 164명의 남성이 재학 중이다.

실제로 '여대 나온 남자'들은 다른 학생들만 동의한다면 교명을 바꿔도 나쁠 게 없다는 분위기다. 2006년 이 학교 대학원을 마친 미술가 김대수씨는 "여대 대학원을 선택한 것은 석 · 박사 과정 특성상 어떤 교수를 만나는지가 중요했기 때문"이라며 "조소 전공에는 5~6년 전에도 남녀가 반반이었기 때문에 변화의 계기로 삼는 차원에서 이름 변경에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08년 같은 과정을 마친 김준기씨도 "미술계에서는 이미 '성신대학원'이라는 표현이 널리 통용되고 있다"면서 "성신대로 바꾸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고 어떤 면에선 더 나을 것"이라 말했다. 성신여대는 "교명을 바꾸더라도 남녀공학으로 전환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성신여대생들은 이번 제안을 '남녀공학 전환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 규정하고 다음 아고라에서 2200여명이 청원을 벌이는 등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